<2009-12-01 격주간 제713호>
<지도현장> 4-H의 미래와 담당자의 역할

<조 세 형 지도사>

2006년 8월 초임발령부터 4-H업무를 시작해 3년이 지난 지금, 나는 여전히 4-H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4-H업무를 받고, 처음엔 ‘내가 왜 4-H업무를 보아야 할까?’, ‘그 많은 업무 중에 왜 4-H인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왜 민간에서 운영하는 청소년단체를 정부기관에서 운영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으며, 농촌현장에 영농회원이 없는 오늘의 실정에서, 앞으로 미래농촌을 짊어질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학생4-H회원만으로 이 청소년 단체가 지속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일은 많은데 업무의 비중은 떨어지기에 티는 나지 않는 일을 왜 굳이 해야만 하는 걸까 하는 생각도 지울 수 없었다. 농촌지도사를 선택한 나의 결정이 잘못된 것이었나 하는 의구심마저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조금씩 내 생각이 변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고,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4-H업무를 보게 되면 될 수록 4-H에 대한 깊은 애정과 애착이 생기게 되었고, 3년이 지난 지금의 나는 4-H에 대해 절망적이고 부정적인 ‘나’에서 전보다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나’로 바뀌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생각과 마음이 조금씩 바뀌게 되니, 4-H행사를 하나 끝내고 나면 보람도 느끼게 되고 나름대로 성취감도 느끼게 될 때가 많았다.
지난 한 해 동안만 해도 숱한 행사를 치러 냈다. 학교별 4-H과제활동지원, 취미과제교육실시, 아름다운 학교4-H실 꾸미기 지원, 여름체험교육, 사과와인만들기 체험교육, 서울도시문화체험교육, 국화 및 과제전시회, 농촌봉사활동, 복지시설 방문, 겨울캠프 등 기존의 행사는 물론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 추진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를 통해 4-H회원과의 친목도모는 물론 지역주민에게 4-H를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였으며, 조금이나마 4-H활성화의 계기를 만들 수 있어 뿌듯했다.
4-H회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우선 지·덕·노·체의 4-H이념 아래 감정이 메말라 가는 각박한 현실에서 벗어나 우리 청소년들이 진정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바른 인간상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에 지금 흔들리고 있는 농촌 현실 속에서, 4-H를 부흥시키고 활성화를 시키기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4-H담당자’의 역할이라고 말하고 싶다. 4-H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단체이며, 청소년들과 호흡하고 리드할 수 있는 담당자의 역할이 그 어떠한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농촌지도사업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연결고리 역할이라고들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4-H담당자는 옛 4-H선배, 지도교사, 영농회원, 학생회원을 연결할 수 있어야 하며, 또한 4-H회와 사회, 농촌과 도시를 연결하는 중요한 고리역할을 해야 한다.
‘나만 왜?, 내가 왜?, 내가 이걸 왜?’라는 생각을 버리고, 조금 더 열린 마음과 애정을 가지고 새로운 일들을 계획하고 실천하며, 회원들과 호흡해 나갈 때 4-H는 비로소 미래의 농촌을 여는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감히 생각해 본다.
4-H는 지난 60년간 농촌의 상징으로서 발전을 이끌어왔다. 이제 앞으로의 60년을 보며, 4-H는 과연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고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다시금 고뇌해야 할 시기인 듯하다.
 〈충북 단양군농업기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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