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영화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2012년은 주역과 마야문명과 노스트라다무스까지 지구의 멸망을 말했던 해이다. 점점 그 해가 다가오고 과장하기 좋은 징후들이 나타난다. ‘2012’는 그 징후들을 극대화해 2012년 지구가 멸망한다는 가정 하에 일어나는 일들을 그리고 있다.
과학자 햄슬리는 2012년 태양의 흑점 폭발로 튀어나온 뉴트리노가 지구 내부를 끓어오르게 만들어 지각변동이 일어나 지구가 멸망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미국을 주축으로 강대국들은 3년 동안 선별된 지구인들을 피난시킬 ‘노아의 방주’ 계획을 비밀리에 추진한다. 2012년 지구가 멸망의 길에 접어들자 계획은 점점 급해진다. 이혼남인 소설가 잭슨(존 쿠색)은 정부의 계획을 알아채고 불바다가 된 LA에서 가족을 구해 피난길에 오른다.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지구멸망에서 생존자가 되기 위한 사투가 시작된다.
‘투모로우’부터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빙하기를 만들고, 가족을 구하는 사투를 보여줬던 감독은 ‘2012’ 역시 똑같은 방식의 이야기를 택한다. 다른 것이 있다면 ‘투모로우’의 주인공이 다른 사람들을 배려해가며 자신의 가족을 구했던 반면, ‘2012’의 주인공은 오로지 자신의 가족만을 위해 필사적이다. 심지어 다른 사람을 밟고 생명을 유지해가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그만큼 상황이 급박했을지 모르지만 모든 사람이 살아남길 바라는 관객에게는 눈에 가시 같다. 하지만 CG기술이 만들어낸 시각적 충격은 그 가시를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로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시각적 흥분으로 영화를 끌어간다. 초반 LA침몰 장면과 옐로스톤 폭발장면, 에베레스트 산맥에서의 쓰나미 장면은 기존의 재난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스펙터클한 장면이다.
하지만 재난의 강도가 감동의 강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투모로우’에서 빙하기를 맞이하는 인간이 서로 돕고 미국과 멕시코가 하나되던 인류애적 시각에 비하면 ‘2012’는 생존을 위해서 다른 모든 것의 가치를 무시해버린다. 영화 자체를 재난에서 구하고 있는 것은 장엄한 시각적 충격뿐이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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