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01 격주간 제713호>
<4-H인의 필독서> 열네 살의 인턴십

내가 하고 싶은 일에서 삶의 의미를 찾다

“공부하는 이유가 뭐니?” “무슨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니?”라는 질문을 받고 3초쯤 생각에 잠겼다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할 수 있다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할 말이 없어 난처해 한다거나,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있지만 사회적인 편견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면, 마리 오드 뮈라이유가 쓴 ‘열네 살의 인턴십’을 읽어보길 바란다.
이 책의 주인공인 루이는 공부에 흥미가 없다. 수학은 헤매고, 국어 시간에 하는 말은 못 알아듣고, 독어 시간에는 잠을 잔다. 꿈도 없고, 하고 싶은 일이 뭔지도 모른다. 중학교 졸업을 앞둔 루이는 직업현장에서 일주일간 인턴십을 한 후 학교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할머니는 인턴십을 할 장소로 미용실을 제안하지만, 저명한 외과의사인 루이의 아버지는 그건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하는 ‘손으로 하는 일’이라고 빈정댄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시키는 일이고, 할머니가 미용실을 제안했기 때문에 루이는 미용실에서 인턴십을 시작한다.
그러나 마이테 미용실과의 만남을 통해 루이의 삶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달려 나간다. 어깨 너머로 미용사의 손놀림을 보고 머리 땋는 법을 배우고, 허공에 대고 끊임없이 가위질 연습을 한다. 그러는 사이 루이는 자신 속에 숨어 있던 재능과 열정을 발견하게 된다. 미용실의 여러 냄새들, 출입문의 차임벨 소리, 변화된 모습을 보고 손님들이 짓는 미소만 생각해도 루이의 마음은 설렌다. 그러는 사이 일주일간의 인턴십이 끝났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포기할 수 없었던 루이는 학교 선생님들이 파업을 했다는 거짓말을 꾸며내 미용실로 출근을 한다. 루이의 거짓말은 얼마 못가서 들통이 난다. 루이가 거짓말했다는 것을 알게 된 마이테 원장과 할머니, 엄마, 심지어 교장 선생님까지 나서서 루이가 미용사로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완강한 아빠 앞에서는 그저 쉬쉬할 뿐이다. 루이의 변화와 관련해서 뭔가 의심을 품은 루이의 아빠는 마이테 미용실을 찾아간다. 루이가 미용사로 일하고 있는 것을 본 아빠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폭력을 휘두르지만, 결국 루이의 선택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 후 미용사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된 루이는 자신의 성공을 자신과 함께 했던 마이테 미용실 사람들과 나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부분은 루이와 할머니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루이가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미용 일은 공부 못하는 애들이나 하는 거잖아요!” “절대로 그렇지 않아, 루이. 그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는 거야.” “손을 쓰는 일이잖아요.” “아니, ‘손을 쓰는 일’, 그게 무슨 뜻이지?” 할머니가 흥분해서 화를 냈다. “외과 의사도 손을 써서 일하는 사람이야. 조각가와 치과 의사는 무얼 가지고 일하지?” 루이는 손마디를 짓누르다 멈췄다. “전 제 손을 써서 뭔가 하고 싶어요.” 루이는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고 씩 웃었다. 드디어 그 말을 한 것이다.”
진정으로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은 무엇인가? ‘열네 살의 인턴십’을 읽으면서, 고민에 깊이 빠져 보고 그 답을 찾아낸다면 좋겠다.
〈정진아 /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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