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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옥 현 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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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남원시농업기술센터에 입사하여 4-H회라는 조직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우리 센터에서는 신규직원이 처음 거쳐 가는 자리고, 힘들어서 오래 버티지 못하는 자리라고 소문이 나 있었다. 매년 직원이 바뀌다보니 회원들과 지도사간의 연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회원들의 불만도 많다고 했다. 나 역시 처음엔 4-H라는 단체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해 어떻게 지도해야 하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갈피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남원시4-H회는 일종의 과도기에 있었다. 2, 3년 전만해도 남원시4-H회는 다른 지역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활발하게 운영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회원들의 활동이 줄어들고, 그만큼 행사나 사업이 있을 경우 인원 때문에 고생을 해야만 했다. 덕분에 처음 1년은 끌려 다니듯 행사에 쫓아다니며, 4-H회가 잘 육성된 센터의 선배 지도사들이 어떻게 이끌어 나가고 있는지 이것저것 물어보며 배우느라 바빴다.
하지만 한 여름의 뙤약볕을 견뎌낸 과실이 가을이 되면 실하게 익어가듯이,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는 사이 서서히 과도기가 지나고 재도약의 때가 왔다. 현재 남원시 4-H회는 전북에서 가장 많은 회원이 가입된 단체가 되었으며, 지난 2008년 9월에는 1000여명의 회원이 참석한 가운데 제18회 전라북도4-H인 한마음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내기에 이르렀다.
현재 남원시4-H회는 영농4-H회, 학교4-H회, 일반4-H회 1200여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올해 사단법인 남원시4-H본부가 설립되어 명실공이 전북 지역 최고의 4-H회로 거듭나는 결실을 맺었다.
한편, 학교4-H회원 육성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매년 남원시4-H회는 과제지원사업을 시작으로 학생4-H회원들에게 개인 및 단체 과제활동을 선정·지원하여 농심을 함양하고, 문화탐방과 야영대회를 실시해 애향심을 키우고 선후배 만남의 장을 마련해 회원들 간의 연결고리가 녹슬지 않도록 애쓰고 있다.
이런 많은 일들이 가능했던 것은 많은 고마운 분들이 계셨기 때문이다. 4-H회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회원들의 교외활동 프로그램에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는 오기홍 남원시4-H지도교사협의회장(한국경마축산고4-H회), 학생회원들과 함께 활발한 취미·교양과제활동을 통해 매년 4-H경진대회에 석부작, 목부작, 한지공예 등 과제물을 출품하시는 서진여고4-H회 김영근 지도교사, 바쁜 일과 중에도 풍물반 운영으로 ‘면민의 날’에 학생회원들을 데리고 삼동굿놀이 전수에 앞장서고 있는 보절중의 이성주·유광진 지도교사 등 열정적인 지도교사들과 학생회원들의 모습을 보며 나 또한 4-H에 대한 열정을 배웠고, 스스로를 반성할 수 있었던 것은 또 다른 수확이었으리라.
각박해져가는 세태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는 요즘이다. 갈수록 사람들 사이의 정이 사라지고 이기적으로 변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나는 4-H와 그 속에서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을 통해 희망을 본다. 지난 한가위, 송창호 남원시4-H연합회장이 직접 추수한 쌀을 불우이웃돕기에 기부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나의 ‘희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4-H회원들을 만날 때마다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구나’하고 용기를 얻게 된다. 그래서 가끔 삶의 무게가 버거울 때 이렇게 나직이 말해 보기도 한다. 4-H는 삶에 희망을 주는 곳이라고.
〈전북 남원시농업기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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