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15 격주간 제712호>
<4-H교사이야기> 4-H를 사랑하는 학생들을 생각하며

<정순식>

옥과천과 넓은 들녘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전망 좋은 곳, 전원주택처럼 빨간 벽돌로 예쁘게 지은 새 건물로 이사 온지 어언 5년이 되어 간다. 건물도 잘 짓고, 교실 환경도 좋아졌고, 각종 꽃나무와 잔디를 심었지만 어딘지 무엇인가 서운한 점이 느껴졌다. 학생들도 옛 학교가 그립다고 했다. 아름드리나무들이 햇볕을 가려 시원한 놀이장소를 제공했고, 이곳저곳에 예쁜 꽃들도 피어 좋았는데, 새 건물로 이사 왔으니 학생들이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우선 학교 정문에서 올라오는 길과 교실 앞 화단에 일년생 꽃들을 심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곡성군농업기술센터의 도움으로 꽃을 심게 되었다. 정문에서 올라오는 길에 1m 폭의 노변 화분을 놓고 꽃을 심었다. 페추니아, 마가렛, 메리골드, 나난큐러스, 백일홍, 데이지 등 이름도 예쁘지만 꽃은 더욱 예뻤다. 아침 0교시 자율학습 전에 봉사활동을 하는 4-H회원들의 수고로움에 힘입어 피어난 꽃들이어서 더욱 소중하고 고왔는지 모른다.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 이리저리 꽃들을 들여다보는 학생, 냄새를 맡아보는 학생, 꽃잎을 한 개 따서 책갈피에 넣고 누가 볼까봐 두리번거리는 학생들을 보는 일은 즐겁다. 꽃이 있어 회원들의 활동이 더 활발해지고 생기 넘쳐 보였다. 어느 비오는 날 현관 앞 노변 화분에 빨간색 수련이 피어올랐다. 그 생생함을 카메라에 담아 여러 선생님께 E-메일을 보내 드렸더니 모두들 정말 곱고 아름답다며 고마워하셨다.
여름에는 조롱박 통로의 조롱박 가꾸기를 했다. 모양도 가지가지인 조롱박 통로에 들어가 이야기꽃을 피우는 여학생들과, 어쩌다 늙은 호박종자가 섞여 들어 호박이 한 덩이 열렸는데 금방 내 머리에 떨어질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떠는 남학생을 보며 바쁜 시간을 쪼개 4-H 봉사활동을 해주는 우리회원들이 정말 고맙게 느껴졌다. 지금 1층 복도에는 흰색, 노란색, 붉은색 대국과 실국들이 화려하게 피어 있다. 이 여름을 잘 견뎌 온 결실이다. 또 우리 4-H회원들이 흘린 땀의 결실이기도 하다.
우리 4-H회원들의 노력으로 학교가 꽃으로 장식되었다. 부지런히 키운 손길은 물론 그런 꽃들을 바라보는 눈길도 아름답다. 그리고 다들 이 가을을 느끼며 행복해 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회원들도 4-H 활동을 통해 더욱 어른스러워졌고, 학교에서나 집에서 더 적극적이며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 상대방을 이해할 줄 아는 사람들로 바뀌어간다. 4-H 회원들은 비단 학교뿐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언제라도 뛰어 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 세상이 아름답고 따뜻해지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4-H의 취지를 마음 깊게 새겨 준다면 10년 후, 20년 후, 도시·농촌 4-H가 큰 결실을 거두리라 생각하며, 우리 옥과고4-H회 또한 학교와 지역 사회를 위해 열심히 다음 발걸음을 내딛을 것이다.
 〈전남 곡성군 옥과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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