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9-01 격주간 제635호>
‘추억 깃든 나무’ 방범용 울타리로는 최고
나무이야기 - 탱자나무 -

운향과에 속하는 탱자나무는 꽃과 열매가 향긋한 향을 발산해 귀염과 함께 방범용의 무시무시한 나무로 인식되고 있는, 어른들에게는 추억이 깃들여 있는 나무이다. 늦가을이 되면 잎이 진 가시나무에 노란, 탁구공만한 열매가 마치 둥근 꽃처럼 아름답게 달려있어 정겨움마저 주고 있다. 노랗게 익은 탱자를 주무르다 코에 대면 가슴으로 스며드는 향기가 옛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4월이면 잎보다 먼저 조그마한 다섯 장의 흰 꽃이 피는데 향이 매우 진하다. 열매는 가을에 귤 같이 노랗게 익으며 먹을 수는 있으나 맛이 좋지 않아 잘 먹지 않는다. 햇가지는 파란 빛깔이며 줄기에는 길고 날카로운 가시를 많이 달고 있다.
탱자나무는 귤나무를 번식시킬 때 접목용의 대목으로 이용된다. 귤나무를 닮아서 구귤(枸橘)이라 했고 가시가 특별해 해할 지(枳)자를 써 지귤(枳橘)이라고도 했다. 탱자나무는 아무래도 열매보다는 가시가 주인인 듯하다. 무섭도록 날카로운 가시는 새들 조차 겁을 내 앉기를 꺼린단다. 그래서 주로 과수원의 생울타리로 많이 이용되고 있는데 워낙 사나워 “탱자나무 울타리는 귀신도 못 빠져나간다고” 하는 말까지 생겨났다.
한편 이러한 가시는 방범용 외에 가시가 귀신을 쫓는다는 주술적인 면이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 엄나무처럼 탱자나무의 가지를 꺾어 섣달그믐에 문 위에 걸어 두면 역신(疫神)이 침범하지 못하고 또한 내쫓는다고 했다.

탱자나무는 국방방비용으로도 한몫을 했다. 김포와 강화를 연결하는 강화대교를 건너면 갑곶리와 사기리에 높이 4m 수령 400년의 천연기념물 제 78호와 제79호 탱자나무가 있다. 강화도는 고려 고종과 조선조 인조가 몽골과 청나라 병사의 침입을 피했던 곳으로 이 때 성을 쌓고 그 아래 탱자나무를 심어 성을 더욱 굳건히 했던 자취이다.
이 탱자나무는 추위와 병에 강해 벌레가 덤벼들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중국이 원산지로 우리나라는 제주도를 비롯해 남부지방에 많이 분포돼 있다. 강화는 탱자나무 북방한계선이다. 감귤이 살 수 없는 북쪽지방에 접목해 심었더니 접목한 감귤은 모두 죽고 탱자만 살아남았다고 해 “강남의 귤이 강북탱자가 된다.”는 말이 생겨났다.
탱자라는 이름이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 까지 올라 있는 것으로 보면 우리와의 인연이 아주 오래 된듯하다. 덜 익은 열매를 지실(枳實)이라 하고 이를 3~4쪽씩 썰어 밀린 것을 건위나 지사, 이뇨, 거담, 진통제로 썼다. 익은 열매인 지곡(枳穀)은 감기에 달여 먹는 민간요법으로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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