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01 격주간 제711호>
<영농4-H회원 농업현장유통교육 소감문> 시대에 맞는 농산물 유통 이뤄지도록 노력

조경우 회원 〈충남 청양군4-H연합회〉

지난달 7~9일까지 있었던 영농4-H회원 농업현장 유통교육을 마친 뒤로 벌써 3주가 흘렀다. 들녘은 차차 가을걷이가 마무리 되어 가고, 아침저녁으로 기온마저 쌀쌀해졌다.
처음 농업기술센터 4-H담당선생님께서 이번 교육을 추천해 주실 때에 그 필요성을 알았기에 선뜻 교육에 참여하기로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추수시기와 맞닿아서 포기를 할까도 했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잘 다녀왔다는 마음이 든다.
이번 교육은 김준기 한국4-H본부 회장님의 ‘농업, 농촌 환경 변화에 대응한 영농4-H인’이라는 교육을 시작으로 한국농산물 유통구조와 농산물 유통전략, 그리고 농산물 유통 시스템(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견학과 함께 양재동 하나로 마트를 방문하여 소비지 유통교육을 받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김준기 회장님께서는 현재 우리 농업을 작은 모래알로 비유하시면서 커다란 바위와 같은 외국 대형농업인들과 어깨를 같이 하기 위해서는 우리 농업인도 하나의 단체가 되어 힘을 실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한국 농산물 유통구조 교육에는 농수산물 유통공사 김달룡 차장님께서 수고해 주셨다. 80년대 이전 우리가 알고 있는 재래시장이 형성됐으며, 대부분 농산물은 그 지역에서 생산되어 그 지역에서 소비됐을 만큼 생산보다 소비가 많은 시기로 양적 생산의 시대였다. 80년대 이후부터 90년대 중반 외국 농산물이 조금씩 유입되며, 산지농산물이 도매시장을 거쳐 소비자가 구매하는 형태를 띠며, 질적 생산이 요구되는 시기로 발전되었던 것이다.
현재는 WTO와 FTA를 거치면서 외국농산물의 개방화 물결과 함께 E-마트와 홈플러스 같은 대형 유통업체들과 도매시장의 등장으로 산지농산물 판매방법도 다양해졌다. 소비자의 욕구도 변화해 이제 안전성을 기본으로, 속담에서 나오듯 보기 좋고, 먹기 편함을 요구하고 있다.
저녁 시간 우리는 대학로로 향했고, 그곳에서 ‘총각네 야채가게’라는 뮤지컬을 보게 되었다. 이 뮤지컬은 그동안 있었고 지금도 활동하고 있는 총각네 야채가게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주인공은 ‘맛있으면 비싸도 잘 팔린다’라는 생각으로 가락동 새벽 도매시장을 부엌칼 한 자루를 들고 돌아다니며 과일들을 칼질하고, 맛을 본다. 처음엔 상품에 칼집을 낸다고 주인공을 못 마땅히 여기던 도매시장 상인들은 어느덧 그를 칼잡이라 부르며 그를 기다린다.
그들에게는 좋은 직장을 포기해야 하는 시련도 있었지만 젊음의 패기와 꿈이 있었다. 그때 그들의  꿈인 유기농 야채가게 체인점을 위해 현실과 타협하지 않았으며, 총각네 야채가게 2호점의 문을 열면서 뮤지컬은 끝이 난다. 이 뮤지컬을 보면서 다시금 현실과 타협해가면서 잊었던 농업을 시작할 무렵의 초심을 일깨울 수 있었다.
어느덧 교육에 참석한 영농4-H회원들은 첫날의 서먹함을 벗고 교육에 임했다.
가락동 도매시장을 둘러보며 농산물 유통 전략과 시스템에 대하여 서울청과 이혁영 과장으로부터 가락동 시장의 현재와 위기 그리고 극복 방법을 들었다. 이혁영 과장은 도매시장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 산지 농업인들도 함께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 도매시장은 지금 대형 유통업체들과 산지 농산물을 양분화하고 있으며, 대형 유통 업체는 산지 농가에게 약간의 웃돈으로 품질 좋은 농산물을 매입해 간다고 했다. 이에 도매시장에서 우리 농업인들에게 바라는 것은 농산물 가격은 도매시장에 농산물이 어떤 상태로 출하되느냐에 따라 가격이 설정되기 때문에 품질 좋은 농산물을 도매시장에 출하해 농산물 가격이 오를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오전시간에 이어 오후 시간에는 농산물 경매 현장을 보여 주셨다.
처음 접하는 경매 현장은 흥미로웠다. 도매상인들이 손가락을 경매사들을 향하여 남들이 보지 못하게 가리고 가격을 제시하면 경매사들은 이것을 노래 부르듯 흥얼거림으로 경매는 열이 오른다. 처음 접하는 우리는 마냥 신기하고 웃음이 나오고 있었다.
어느덧 마지막 교육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나로 마트로 향하는 버스는 조용하였다. 밤사이 많은 정보가 오고 갔음을 눈짐작으로나마 알 것 같았다.
하나로 마트에 도착했을 때 우리를 반겨 준 것은 우리 농산물. 이틀을 안 봤다고 그 사이 금세 끌리는 것을 보면은 난 역시 농업인이 틀림없다. 소비지 유통교육을 마치며 마트를 둘러보는 시간. 잘 정돈 되고 잘 포장된 농산물에 소비자들은 흔들린다. 나는, 나의 농산물은 어디까지 왔을까?
우리가 매년, 매달, 매시간 보는 것은 논에서 자라는 벼와 하우스나 밭에서 자라는 각종 채소들, 과수원에서 자라는 과일, 축사에서 기르는 가축들이지만, 소비자들은 잘 포장되고 잘 정돈된 농산물만을 본다. 그들은 언젠가부터 농산물을 선택하였고, 우리의 농산물들은 그들로 하여금 선택되어졌다. 그들이 선택한 농산물만이 살아남았고, 그들은 또다시 우리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 먹을거리만을 제공하던 시대는 과거로 사라져 간다. 선배 농업인들이 몇 년 전부터 시작하고 있는 관광농원 체험농원이 그 대표인 예인 것이다. 농산물 유통 교육을 마치며, 변화해야 살아남는다는 것을 새상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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