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01 격주간 제641호>
<회원의 소리> 귀농 1단계 나의 영농 일기

이 말 숙 부회장(강원 삼척시4-H연합회)

야콘 수확을 끝으로 나에게 농한기가 시작 되었다. 내년 농사를 무엇을 할 것인지에 앞서 올 한농전을 졸업하고 시작한 첫해 나의 농사를 뒤돌아보게 된다.
졸업을 하고 난 후 농사를 짓겠다는 나의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여러 사건들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농사를 지을 계획을 계속 추진했고, 드디어 오빠의 허락을 받아냈다. 4월 9일, 유난히도 황사가 심했던 그때 나는 자초를 심기 위해 괭이를 가지고 뒷밭을 손으로 일구었다. 삼척지역은 유난히도 산이 험하여 몇몇 동네를 빼고는 경사지가 심하기에 기계는 엄두도 못냈다. 비록 손에 물집이 잡히고 허리도 뻐근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내 모습에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시작한 농사는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어디에 무엇을 심고 얼마만큼 심을 지에 대한 조율을 오빠 내외와 상의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먼저 종자를 사놓고 몇일 내로 심지 않으면 종자가 썩는다고 거짓말을 하고 밭을 확보했다. 오랜 경륜으로 농사를 지은 아버지와 오빠의 의견을 뒤로 하고 나는 책에 나온 대로 심을 것이라고 고집을 부려 결국은 나는 나대로 다른 가족들은 또 나름대로 심게 되었다.
자초와 둥근마를 심은 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싹이 올라오지 않자 나에 대한 비판이 가족에서뿐만 아니라 동네어른들에게서도 들려 왔다. 처음에는 그들을 설득하려고 노력했지만 그럴 때마다 나의 이미지만 나빠지는 것을 깨닫고 수확할 때까지 아무 말 않고 농사를 짓기로 다짐을 했다. 둥근마에 줄을 칠 때도, 야콘에 물을 줄 때도, 풀이 올라 올 때도 여러 사람들의 간섭이 계속 되었지만 신경 쓰지 않고 내 농사를 지으며, 4-H활동에도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속으론 많이 속상했다. 나는 나름대로 농작물 관리를 애완견처럼 돌본다고 했는데 말이다.
이런저런 사건 사고가 많았던 시간들이 흐르고 드디어 수확기가 왔다. 곡괭이로 땅을 찍었을 때 그 기분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 얼마나 캐고 싶었던지 곡괭이를 가지고 밭을 왔다갔다 했던 적이 여러 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마의 크기는 컸기에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먼저 부모님한테 자랑하고 오빠한테 자랑을 했다. 군포에 있는 언니한테도 전화를 해서 자랑을 했다. 비록 많은 돈을 벌지는 않았지만 조기품절이 되었다.
야콘 또한 수확량이 생각한 것보다 2배가 더 나와 인건비를 빼고 투자금의 6배 이상의 소득을 올렸던 것이다. 아버지와 오빠도 놀랐는지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의 나에 대한 비판은 어디로 가고 내년에 야콘과 마 농사를 짓겠다는 오빠와 동네사람들의 문의가 들어왔다.
귀농의 6단계에서 이제 1단계를 어리둥절 힘겹게 보낸 나에게 올 농사경험은 큰 도움이 되었다. 앞으로 힘든 일이 더 닥치겠지만 농업이라는 한 우물을 계속 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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