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01 격주간 제711호>
<4-H인의 필독서> 킬리만자로의 눈

삶의 정상에서 다다르는 곳 

조금은 쓸쓸해도 좋을 11월이다. 이 계절, 무엇보다 좋은 일은 책읽기라는 생각을 해 본다. 어떤 책을 읽는 게 좋을지 망설여진다면 ‘헤밍웨이’의 작품은 어떨까? 그의 많은 작품 중에서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되는 ‘킬리만자로의 눈’을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헤밍웨이는 1933년 동아프리카로 여행을 갔다가 소형 수송기로 킬리만자로를 넘었고, 그 때의 체험을 살려 ‘킬리만자로의 눈’을 집필했다고 한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헤밍웨이의 작가적 열정과 고뇌를 공감하게 된다. 소설은 킬리만자로를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킬리만자로는 높이 5895미터의 눈 덮인 산으로, 아프리카 대륙 최고봉이라고 한다. 서쪽 봉우리는 마사이족 말로 ‘느가이예 느가이’라 부르는데 신의 집이라는 뜻이다. 이 서쪽 봉우리 정상에는 얼어붙은 표범의 시체 하나가 있다. 표범은 그 높은 산봉우리에서 무엇을 찾고 있었던 것일까?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소설 속 주인공인 해리는 이름난 작가이다. 하지만 최근 그는 작품을 쓰지 않았다. 아무 것도 쓰지 않고 안일을 추구하는 자신을 경멸하며 재능마저 무뎌졌다고 생각하는 시점에 해리는 그를 사랑하는 여인 헬렌과 함께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를 찾는다. 아프리카는 그의 생애에 있어서 가장 행복한 한 때를 보낸 곳이었다. 인생의 새 출발을 위해 이곳을 찾은 해리는 글을 써야겠다는 의욕이 되살아나리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간직한 곳에서 그는 불행과 맞닥뜨리게 된다. 한 떼의 영양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다 가시에 무릎을 긁히게 된다. 그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상처로 인해 해리의 다리는 썩어 들어가고 있다. 죽음을 예감하며 해리는 지금까지 경험해 놓고 쓰지 않았던 것들을 생각한다. 더욱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충분히 이해될 때까지 간직해 왔던 생각들을 작품으로 써내지 못할 거라는 불안을 느끼면서 해리는 ‘이젠 모든 게 끝장’이라고 생각한다.
죽음이 한층 더 가까워졌다고 느끼는 순간 해리는 현실처럼 생생한 꿈을 꾼다. 아침이었다. 비행기의 소리가 들리고 착륙한 작은 비행기에서 옛 친구인 컴프튼이 내린다. 워낙 작은 비행기라서 한 사람밖에는 태울 수 없다면서 그는 나중에 다시 돌아와 헬렌을 데리고 가겠다고 한다. 해리만을 태운 비행기는 고도를 높여 동쪽이라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날기 시작한다. 이제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여 그들은 폭우 속으로 들어간다. 거기를 빠져나오자 해리의 눈에 들어온 것은 온 세상만큼 넓고 거대하며 높은, 그리고 햇빛을 받아 믿을 수 없을 만큼 새하얀 킬리만자로의 봉우리였다. 그 순간 해리는 자기가 가는 곳이 바로 거기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해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작품 속에서 해리는 지금까지 한 번도 잃은 적이 없었던 건 ‘호기심’뿐이었다고 말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이 그 호기심을 가지고 ‘킬리만자로의 눈’의 마지막 페이지를 직접 읽어보는 것도 즐겁고 의미 있는 일이 될 듯싶다.〈정진아 /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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