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15 격주간 제710호>
<시네마&비디오> 7급 공무원

신분은 감출 수 있어도 사랑은 감출 수 없다

브래트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을 했던 ‘미스터& 미세스 스미스’는 첩보 영화와 로맨틱 코미디가 결합된 영화였다. ‘7급 공무원’ 역시 비슷한 모양을 따르고 있지만 액션과 첩보 보다는 로맨틱 코미디에 더 힘을 준 영화다.
신분을 감추고 작전을 수행하는 국가정보원 안수지(김하늘)는 늘 비밀이 많았기에 사랑하는 남자 이재준(강지환)과 이별을 하게 된다. 그리고 3년 후 유학을 떠났던 재준과 수지가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는 새롭게 전개된다. 국내파트 요원인 안수지와 해외파트 요원인 이재준은 서로의 신분을 모른 채 다시 옛날 일들을 떠올리며 티격태격 하기 시작해 나중에는 적으로 오해하며 해묵은 상처까지 되살아난다. 서로의 신분을 감추면서도 끊임없이 타오르는 사랑에 대한 감정을 속이지 못하고 결국 두 사람의 사랑은 맺어진다.
‘7급 공무원’은 직업의 세계와 연애의 세계에서 생기는 수많은 오해에 대한 이야기다. 끊임없이 숨겨야하는 직업의 세계와 모든 것을 알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연애의 세계와의 충돌이 이 영화의 재미다. 모든 사실을 알고 자신이 속았다는 것에 분노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서로의 옷깃에 도청장치를 꽂으며 포옹해야 하는 것이 바로 두 세계의 만남이다.
첩보 영화가 택할 수 있는 길은 수없이 많다. ‘007’이 될 수도 있고 ‘미션 임파서블’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7급 공무원’은 ‘007’처럼 숨 막히는 첩보전도 없고, ‘미션 임파서블’처럼 화려한 액션도 없다. ‘7급 공무원’에 있는 것은 ‘트루라이즈’의 첩보원과 아내의 오해와 사랑이다. 그러면서도 첩보극에 있어야할 액션과 스릴은 곳곳에 배치해 장르적 특징을 잃지 않는다. 크고 무거운 것을 택한 것이 아니라 가볍고 발랄한 것을 택한 ‘7급 공무원’은 그 선택만큼의 몫을 해낸다.
다만 후반으로 갈수록 사랑싸움보다는 임무에 충실한 점은 아쉽다. 헐리우드 같은 액션을 보여줄 수 없었다면 소소한 잔재미로 가득한 첩보원의 일상과 사랑에 집중하는 것이 더 좋은 전략이었던 듯 싶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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