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시대상을 비판한 풍자우화소설
어느 해 가을, 진한 커피로 잠을 쫓아내며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을 읽었다. 청소년을 위한 필독서이며, 세계명작 중 하나인 이 작품을 라디오드라마로 각색하여 방송하기 위해서였다. 의무감으로 시작한 책읽기였지만 날카로운 풍자와 재미는 책에 빠져들게 했고 날밤을 새어 다 읽고 나서도 피곤함을 느낄 수 없었다. 한 마디로 흥미진진했다. 풍자우화소설인 이 작품은 1917년 2월 혁명에서 1943년의 테헤란회담에 이르기까지의 구소련의 역사를 재현하면서 스탈린의 독재를 비판하고 있다.
이야기는 메이너 농장에서 사육되고 있던 동물들이 반란을 일으키라는 늙은 수퇘지 메이저의 호소에 힘입어 농장 주인 존즈와 관리인들을 내쫓는 것으로 시작된다. 동물들은 스스로 농장을 경영하고 이름까지 ‘동물 농장’으로 바꾼다. 동물들은 지능이 발달한 돼지 나폴레옹과 스노볼, 스퀼러의 지도와 계획 아래 평등한 동물공화국을 건설하고자 열심히 일한다.
이상주의자인 스노볼은 풍차 건설로 농장을 기계화하는 계획을 추진하는데, 이것을 계기로 권력투쟁이 시작된다. 음모가인 나폴레옹은 스노볼을 추방하고, 그에게 동조한 동물들도 차례로 처형해서 독재자가 된다. 나폴레옹은 간교한 스퀼러를 내세워 동물들을 설득하고 9마리의 개를 앞세워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독재체제를 확실하게 다져나간다. 돼지들은 불평하거나 항의하는 동물을 첩자로 몰아 숙청하고 존즈 시대와 마찬가지로 작업량을 늘이고 식량배급을 줄인다.
반면에 나폴레옹을 둘러싼 지배계급은 존즈 시대의 인간들보다 더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며 호의호식한다. 그들은 농장 주인이었던 존즈가 살던 집으로 이사해서 술을 마시고 침대에서 자며 옷을 입는다. 또한 동물들의 적인 인간과 상거래를 하면서 돈을 만지기 시작한다.
이에 두 다리로 걷는 자는 모두 적이고, 어떤 동물도 옷을 입어도 술을 마셔도 안 되며, 침대에서 잘 수 없으며, 다른 동물을 죽일 수 없다는 동물 농장의 7계명은 수정된다. 그리고 우직할 정도로 성실하게 일만 하던 복서는 위스키 한 상자에 인간의 도살장으로 팔려간다.
이제 돼지들은 두 다리로 서서 채찍을 들고 다른 동물들을 감시한다. ‘두 다리는 나쁘고 네 다리는 좋다’던 구호는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더욱 좋다’는 구호로 바뀌고 ‘모든 동물들은 평등하다’ 역시 ‘모든 동물들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들은 더욱 평등하다’로 바뀐다.
이 작품은 이렇게 마무리 되고 있다. “창 밖 동물들은 돼지에서 인간으로, 인간에서 돼지로, 다시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번갈아 시선을 옮겼다. 그러나 누가 돼지고 누가 인간인지, 어느 것이 어느 것인지 이미 분간할 수 없었다.”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은 120여 쪽의 얄팍한 책인데도 내용을 간추린 요약본을 읽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바빠서 도무지 틈을 낼 수 없다면, 하룻밤을 새는 것도 좋을 일이다. 그렇게라도 꼭 완역본을 읽고 이 책이 지닌 진정한 재미의 길을 거닐어 보기를!
〈정진아 / 방송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