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15 격주간 제710호>
<제9회 전국4-H회원 사이버백일장 본선 진출 작품> 자연과 함께 하는 농촌이야기

손희지 회원 〈충남 서산시 성연중학교4-H회〉

어릴 때부터 살았던 ‘수원’이라는 도시를 떠나 이곳 성연으로 온지 어느덧 아홉 달이 넘어가고 있다. 작년 가을,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도시에 비해 작고 초라해 보이는 모습에 적잖은 실망감을 느꼈던 나. 하지만 내가 체험하며 느낀 농촌은 결코 작지도 초라하지도 않았다. 도시에 화려함과 다양한 활동 공간이 있다면, 이곳에는 도시에서는 마음껏 누릴 수 없었던 자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이곳에 오고 나서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수원에 살 때 나는 식물에 전혀 관심도 없었고, 가끔씩 등산가는 것조차 귀찮아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꽃, 상추, 아욱 등 화단과 밭에 여러 가지 식물을 심고 키우다보니 조금씩 식물에 관심이 생겼다. 올 봄에는 할아버지를 따라 산에 가서 고사리를 뜯기도 하고 취나물에 대해 배우기도 했다. 들에서 캔 냉이를 할머니께 드렸더니 할머니께서는 맛좋은 냉이된장국을 끓여주셨다.
올해부터 우리 학교는 2교시가 끝나면 20분 동안 체력증진프로그램을 하게 되었다. 다른 도시 학교들은 대부분 줄넘기 등을 하는데 우리 학교는 학교 뒷동산으로 산책을 가기로 했다. 비록 높은 산은 아니었지만 산을 오른다는 자체만으로도 처음엔 귀찮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3개월 정도가 흐른 지금은 이제 수업 중간의 산책 시간이 기다려진다. 친구들과 선생님과 함께 산길을 걸으며 맑은 공기도 마시고 운동을 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자연의 변화를 생생하게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론 도시 생활에만 길들여져 있던 내가 이곳 농촌 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처음부터 쉽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생활하다 보니 할아버지와 산에서 나물 캐는 시간, 친구들과 선생님과 등산가는 시간, 아침에 맑은 공기 마시며 등교하는 시간, 주말에 가족들과 밭에서 딴 딸기 함께 나눠 먹는 시간, 심지어는 밭에 심은 옥수수 언제 다 자랄까 기다리는 시간 모두가 소중하고 행복하기만 하다.
이렇게 내가 이곳 생활에 적응할 수 있게 된 계기는 바로 4-H덕분이다. 작년 가을 이곳에 전학을 왔을 때, 담당 선생님께서 배려해 주신 덕분에 4-H회에 가입할 수 있었고, 각종 체험 활동, 혼자 사시는 노인 봉사활동을 하면서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었다. 또 내가 살고 있는 이곳도 구석구석 둘러보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며칠 후에는 선생님, 친구들과 반딧불이 체험도 계획하고 있다. 청정 지역에만 살고 있는 반딧불이를 내가 사는 곳에서 볼 수 있다는 말에 신기하기만 했다. 지금은 풀내음이 짙고, 온 대지에 푸르름이 넘치는 여름이다. 모기 등 해충들이 극성을 부리지만 산과 들에는 온갖 곡식과 과일들이 자라고, 여치, 매미 등이 우리의 귓전을 즐겁게 해 준다. 도시에서는 소음이었던 매미소리도 이곳에서는  아주 낭만적이다.
이제 여름이 지나고 나면 가을이 올 텐데. 농촌의 가장 멋진 계절은 역시나 풍요로운 가을이 아닐까 싶다. 농촌의 가을은 갖가지 곡식과 과일들 덕분에 풍성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 있다. 작년 가을 동네 어른들께서 벼를 베는 것을 보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저씨들이 목에 수건을 하나씩 걸쳐 메고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닦으시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이렇게 농촌에서 수확한 생산물들을 도시 사람들도 먹게 된다고 생각하니 농촌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내가 이렇게 멋지고 훌륭한 곳에서 자연과 더불어 생활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우리 농촌이 자랑스럽다. 비록 처음에는 작고 초라해 보인다고 생각했지만, 난 지금 도시에서는 맘껏 누릴 수 없는 자연이 있는 이곳, 농촌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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