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그림자, 서정적 상처
백가흠의 소설을 읽는 일은 불편하다. 그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온갖 사건·사고들을 소설 속으로 끌어 들인다. 그것은 별로 유쾌하지 않은 현실의 그림자다. 그 그림자는 때로 너무 눅눅하고 차가워서 치가 떨릴 정도다.
그러나 소설을 읽어가다 보면 곧 알 수 있다. 그 눅눅하고 차가운 그림자 속에는 묘한 서정성이 있다. 사실 백가흠의 진면목은 현실에 대한 냉혹한 관찰보다 상처를 바라 볼 때의 그런 서정성 속에 있다. 때로 다소 관념적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의 소설을 기다리는 이유 또한 그 서정성 때문이다. 책을 놓을 때쯤 ‘진정성 있는 서정성’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백가흠 지음/ 창작과 비평사 펴냄/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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