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01 격주간 제709호>
<시네마&비디오> 라이언 일병 구하기

전쟁의 잔인한 모순

전쟁 속 생명의 가치는 어떤 것일까? 한 명을 살리기 위해 한 소대가 전멸한다면 그것은 윤리적으로 올바른 일인가? 그것도 살리려고 하는 사람이 너무나 평범한 한 사람이라면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일은 더욱 어려울 것이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화다.
1944년 6월 6일 노르망디 상륙 작전. 영화는 끔찍한 전투의 장면들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팔, 다리가 잘려 나가는 치열하고 끔찍한 전투 속에서 인간 생명의 존엄성이라는 말은 그저 부질없는 말처럼 보일 뿐이다. 영화는 전쟁 속에서 인간의 삶이 어느 정도까지 하찮아 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그 가혹한 전쟁의 한 복판에 밀러 대위가 있다. 총 한번 제대로 쏘지 못하고 죽어가는 수많은 병사들 속에서 밀러 대위(톰 행크스)는 죽을 고비를 넘기며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영화는 ‘라이언’이라는 이름으로 죽어간 3명의 모습을 보여준다. 같은 시각 전사자 통보를 하고 있는 미 행정부에서는 3형제가 며칠 간격으로 모두 죽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4형제가 모두 이 전투에 참가하였으며 막내 라이언 일병만이 프랑스 최전선에 생존해 있음을 알게 된다. 결국 살아 있는 한 명의 라이언을 구해 귀가시키기 위해 미행정부는 막내 제임스 라이언을 구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밀러 대위는 새로운 팀으로 8명을 구성해서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돌입한다. 하지만 점점 치열해 지는 전투 속에서 팀원들은 속절없이 하나씩 죽어간다. 결국 팀원들은 애초에 자신들의 생명의 가치에 대한 배려 따위는 없이 맹목적으로 진행되는 작전과 전쟁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한다.
얼마 후 그들은 마침내 라멜 외곽지역에서 라이언 일병을 찾아낸다. 그러나 아무 것도 모르는 신출내기 신병 라이언을 구출해서 쉽게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했던 밀러대위와 일행은 또 다른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동료들을 위해 돌아가지 않겠다고 하는 라이언. 라이언은 동료들과 함께 그들에게 맡겨진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모든 전쟁은 모순이다.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다른 소중한 생명을 죽여야 하는 것이 전쟁이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통해 그것을 간명하게 보여준다. 눈물겨운 동료애 속에 피어난 휴머니즘을 통해 어떤 정의로운 대의명분을 가진 전쟁이라 해도 피해갈 수 없는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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