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01 격주간 제709호>
<4-H인의 필독서> 딸 그리고 함께 오르는 산

계획한 일을 지금 바로 시작하라

생수 한 병을 들고 훌훌 산을 오를 때가 있다. 무작정 오르다보면 쓸데없는 욕심이 비워져, 몸과 마음이 가벼워짐을 느낀다. 저 너머에 있는 것 같으면서도 끊임없이 사람들을 품어 안아 주는 산을 오르다 제프리 노먼이 쓴 ‘딸 그리고 함께 오르는 산’을 떠올렸다.
저자의 경험이 바탕이 된 이 책을 읽다보면 산은 삶이며 모험이고 가족일 뿐 아니라 사랑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유명한 스포츠 저널리스트로 스릴과 모험 넘치는 기사를 주로 써온 저자가 쉰 번째 생일을 앞두고 아내와 두 딸에게 미국 북서부 로키 산맥의 일원인 그랜드 티턴에 올라 생일을 맞을 계획이라고 한다. 그 말에 열다섯 살의 맏딸 브룩이 같이 가겠다고 나선다. 저자는 혼자 산에 오르고 싶었고 또 위험해서 안 된다고 말했지만, 딸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같이 가기로 한다.
그 수천 미터의 산을 오르기 전에 등반학교를 찾은 아버지와 딸은 등반 기술과 함께 인생을 아름답게 사는 기술도 배우게 된다. 나이가 들면 할 수 없는 일이 있지만 그렇다고 꿈도 가질 수 없는 건 아니라는 사실과 견딜 수 없다면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그랜드 티턴으로의 등반은 아버지와 딸에게 수많은 난관으로 다가온다. 특히 3000m지점에서 브룩은 숨 쉬는 것조차 힘겨워 한다. 저자는 그 이유를 고도 때문이라 여긴다. 한발 한발이 시련의 연속인 딸을 지켜보며 ‘힘내. 너는 지친 게 아니야. 꾹 참고 계속 걸어가.’라는 격려나 밀어붙이기가 필요한 건 아닌 지 고민을 한다. 그때 가이드인 킴 슈미츠는 멈춰 서 있는 브룩에게 이렇게 말한다.
“멈추지 마. 그러면 더 힘들어져. 편안한 속도를 찾아내서 계속 걸어. 자기 박자를 찾아서 그것을 유지하기만 하면 돼. 춤을 추듯이 말이야.”
그 말은 브룩에게 새로운 힘을 주었고 추진력을 갖게 했다. 하지만, 자기 박자를 찾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고 브룩은 캠프에 도착할 때까지도 계속 그 속도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그랜드 티턴 정상에서 쉰 번째 생일을 맞은 저자는 딸에게 함께 와 주어서 고마웠다고 말하고 딸 역시 데려와줘서 고맙다고 한다.
아버지와 딸의 두 번째 도전은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높은 해발 7000m의 아콩카과였다. 3주일 동안의 도전은 실패로 마무리 되지만, ‘가족은 추억이라는 기금을 형성해놓고, 그 이자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시간이 지난 어느 날 브룩은 아버지에게 해발 5700m지점에서 폭풍 속에서 텐트를 치던 끔찍한 고생을 떠올려보라면서 말한다.
“있잖아요, 좀 그리워져요.” 그러자 아버지는 새로운 등반 약속을 하게 된다. 딱 한 번만 더 하자며 그는 말한다. “하지만 빨리하자. 내가 너무 바빠지기 전에. 그리고 내가 너무 늙기 전에.”
뭔가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 지금 바로 시작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더 바빠지기 전에 그리고 더 늙기 전에.
〈정진아 /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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