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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5 격주간 제70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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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현장> 울진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에 다녀와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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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상 원 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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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함” 하품을 하며 몸을 일으킨다. 무거운 눈꺼풀은 아직 열리지도 않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빨리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이 밀려온다.
오늘은 울진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장에 가는 날이다. 전날 맞추어 놓은 준비물 점검도 해야 하고 미리 나가 아이들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날씨가 얄궂다. 하지만 어쩌랴. 일정은 잡혀있고 몸은 하나니 서두를 수밖에 없다.
하나, 둘 아이들이 오르니 어느덧 차가 가득 찬다. 떠나려는 찰나에 윤지옹 강원도4-H연합회장이 복숭아를 한 박스 짊어지고 헐레벌떡 달려온다. 후배들을 위해 작지만 큰 정성을 보여주는 모습이 흐뭇하기만 하다. 4-H업무를 맡은 지 3년이 됐는데, 학생4-H회원들과 같이 버스를 타고 관외로 나가는 것은 처음이다.
먼저 마이크를 잡고 “오늘은 즐거운 학습이 되도록 합시다”라고 얘기한다. 그리고 속으로는 ‘아무 사고 없이 다녀오기를’이라고 되뇐다. 동해를 벗어나니 비도 그치고 날을 잘 잡은 것 같은 기분에 입술엔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친환경농업엑스포장 정문에서 단체 사진 한 번 찰칵 찍고, 약속시간까지만 차에 오면 되니 마음대로 보고, 느끼고, 즐기라고 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양쪽 옆으로 장승이 반긴다. 늘 접하던 장승이 아닌 약간 해학적이고 친근한 모습이다.
조금 더 들어가자 당근, 무, 수박, 옥수수, 콩, 마늘 등의 모양이 박힌 커다란 ‘농산물나무’가 서 있다.
처음 들어간 곳은 친환경농업관. 토양과 친환경농법의 종류에 대한 전시에서 시작해 미래 농업의 방향은 어떻게 전개돼 나갈지에 대해 전시돼 있었다. 친환경농업 기술 및 모델을 잘 제시해 주고 있었다.
다음은 곤충생태체험관. 각종 곤충이 박제돼 전시되어 있고, 투명한 유리 상자를 통해 여러 곤충들의 생태를 관찰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특히 농작물에 해를 주는 이리응애, 진딧물 등을 확대하여 보여주고, 칼라누에와 이를 이용한 각종 가공품에 대한 전시는 새로운 농업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듯 보였다.
전통주 전시관에서 전통주도 몇 잔 마시고 기분 좋게 전통농기구전시관에 들어섰다. 따비, 쇠스랑, 도리깨 등을 비롯해 삼태기, 싸리발, 차주 등 이제 잘 접하기 어려운 농기구들이 전시돼 있었다. 나름대로 멋지고 그 시대엔 알맞은 물건들이었겠지만, 지금은 기계화, 동력화 되어가는 현대농기계에 밀려 시대의 뒤편으로 사라진 걸 보며 약간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이 후 비즈니스관과 농기계전시관을 둘러보며 한국의 친환경농업의 위상제고와 농업의 국제화를 느낄 수 있었다.
큰 소나무 숲에 있는 공원산책로를 따라 내려와 버스에 올랐다. 한껏 들떠있던 아이들에게 물어보았다. “오늘 무엇을 보았나요? 기억에 남는 건 무엇이었나요?” 여기저기서 다양한 대답이 돌아온다. 이것저것, 어쩌고저쩌고, 재잘재잘 이야기한다.
“그럼 우린 오늘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배웠나요?”라고 묻자 조용하기만 하다. 어쩌면 이 꿈나무들에게 무엇을 배우고 느꼈느냐를 강요한다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도 있다. 다만, 이들의 농업에 대한 이해와 견문이 넓어졌다면 그 자체로도 성공일 수 있다.
배움이란 시나브로 자신도 모르게 몸에 배는 것이기 때문이다.
〈강원 동해시농업기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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