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15 격주간 제708호>
학생4-H회원 해외그린배낭연수기 〈하〉- 상대방을 진심으로 대하는 것 중요

이은주 회원 〈경주여자정보고등학교4-H회〉

7월 25일, 원래 일정은 조별로 마닐라를 탐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필리핀은 치안수준이 높은 편이 아니기에 다 같이 움직이기로 하였다.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산타아고 요새이다. 이곳은 필리핀이 식민지시대 때 스페인군의 마닐라 방어거점이었으며, 필리핀 독립영웅인 호세리잘이 사형선고를 받고 수감되어 있던 곳이다.
리잘공원보다는 무거운 느낌이 든 곳이다.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을 땅에 가두고 강물로 익사시키는 등 우리의 일제강점기시대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도 일제강점기시대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당하였는가. 수감소에 들어가기 전 작은 다리가 있는데 죄가 많은 사람들은 이 다리를 건널 때 다리가 무거워 발을 떼기가 힘들다고 한다. 난 왜 발이 무거워졌던 것일까. 다리를 건너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호세리잘이 사형 당하러 나오던 길의 발자국이 있다. 그 발자국을 따라 걸으며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였을까.
다음으로 방문한 성 어거스틴 성당은 현존하는 필리핀의 가장 오래된 석조건물이다. 성당 앞길에는 유럽 같은 돌길이 있었는데 필리핀의 유일한 돌길이라고 한다. 건물 안에는 인형들과 금관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성당과는 다른 느낌이었지만 웅장하고 엄숙한 느낌이었다.
이어서 마닐라 대성당으로 갔다. 스페인시대 때 지어진 것이고 몇 차례 파괴된 적이 있는 건물이다.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였다. 복도의 벽면마다 그림이 있었고, 성당 안에는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 여러 전시품을 보고 자리를 옮겼다. 그곳은 성가대가 있는 곳으로 거대한 악기와 악보가 있었다. 의자에 앉아 보기도 하고, 오르간이 어떤 식으로 소리를 내는지도 알게 되었다.
우리는 몇 명씩 뭉쳐 쇼핑센터에서 점심식사를 해결하고 쇼핑을 했다. 우린 4명이 조를 이루어 밥도 먹고 쇼핑도 했다. 영어는 서툴지만 내가 알고 있는 영어단어를 쓰면서 물건을 사고, 음식도 주문하고, 색다른 경험이라서 좋았다.
7월 26일 문제가 생겼다. 속속히 환자가 생기는 것이다. 두 명이 벌써 병원신세를 지고 왔고, 몇 명은 음식이 안 맞는지 속이 안 좋은 아이들이 발생하였다. 그 사이에서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우는 내가 신기할 뿐이었다. 마지막 일정도 무사히 끝나길 바라며 활동에 임했다.
먼저 방문한 곳은 Gourmet farm이었다. 이곳은 유기농으로 식물과 과일을 재배하는 곳인데, 농장에서 운영하는 가게에서는 농장에서 재배한 커피, 과일, 차 등 많은 것을 판매하고 있었다. 두 명의 농장 관리인과 농장을 견학하며 각종 식물들도 관찰해보고 재배방법에 대해서도 들었다.
견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비가 한 두 방울씩 떨어지더니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리기 시작하였다. 다음 견학장소는 The Flower Farm이었다. 이 농장은 꽃을 재배하는 곳이다.
견학 내내 내리는 비 때문에 하우스에서 주로 설명을 들었다. 이 농장 또한 크기가 어마어마하여 다 둘러보지 못하고 나왔다. 이것을 끝으로 연수의 일정 끝을 마치었다.
6박 7일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13명의 친구들과 5명의 선생님들과도 정이 들었고, 타국에서 서로에게 많이 의지가 되었다.
이번 연수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는데, 먼저 필리핀 4-H활동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아직 4-H에 대해 아는 것은 많지 않지만 4-H라는 이름 아래 필리핀 친구들이 낯설지 않았고 동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던 경험은 학교 방문이었는데, 아직도 그 친구들의 환한 미소를 잊지 못한다. 훗날 사진으로 기억될지 몰라도 그때의 그 느낌은 잊지 못할 것 같다. 우리를 반겨주며 낯설어 하면서도 서로에게 다가갔던 시간들.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자신 없었던 영어도 좀 더 트였던 건 사실이다. 내가 말도 안 되는 영어로 말해도 알아듣는 친구나 독해도 잘 못하는 나에게 영어로 대답해주는 친구의 말을 느낌으로 알아듣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것 중 하나이다. 그 이후로 절대로 외국인과 이야기 하는 게 두렵지 않게 되었다. 문법에 얽매이는 것보다 나의 느낌대로 말하는 것이 최고인 것 같다. 그 친구에게도 진심을 전하다면 말이 아닌 느낌으로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6박7일의 연수는 평생 간직할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필리핀 친구 Elijar에게 e-mail주소를 받아놨는데 이글을 마치고 친구에게 메일을 보내야겠다. 이 친구 혹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보고서를 쓰면서 하나하나 다시 기억해내는 게 어려울 수도 있지만, 나에게 너무 소중한 추억들이라 생각하면서 사진을 보면서 난 다시 필리핀에 가 있는 느낌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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