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15 격주간 제708호>
<별난 한국사 이야기> 아내를 똥물로 목욕시킨 봉이 김선달

조선 시대에 김선달이란 사람이 평양에 살았는데, 얼마나 꾀가 많았는지 모른다. 그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권세 있는 양반, 욕심 많은 부자들을 잘도 속여 골탕을 먹였다.
집안일은 돌보지 않고 이렇게 세월을 보내고 있으니, 그의 부인은 남편 보기 어떻겠는가? 한심한 양반이라며 바가지꽤나 긁었을 것이다. 김선달은 남편을 우습게 알고, 돈만 밝히는 아내가 너무너무 미웠다. 그래서 한번 골려 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어느 날, 김선달은 “서울에서는 사람 똥도 약으로 쓰는가 봐. 아주 비싼 값에 팔리는 걸 보면…….” 아내는 김선달의 말을 듣고 귀가 솔깃해졌다.
“어머, 그래요? 서울은 역시 다르네요?” 그러더니 김선달에게 물어 보았다.
“어떤 똥이 비싸게 팔리고 있죠?” 아내가 관심을 보이자 김선달은 신바람이 났다. 아내를 속여 골탕 먹일 생각에 똥 이야기를 꺼냈던 것이다.
“물론 그냥 똥이 아니야. 사람 똥을 잘 말려 가루를 내어야 비싼 값에 팔 수 있어.” 김선달의 아내는 남편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 그래서 자기도 똥을 팔아 큰돈을 벌어 보려고, 그 날부터 사람 똥을 말리기 시작했다.
“똥가루를 자루에 담지 말고 채반에 담아 두라고. 채반에 보자기를 깔고 담으란 말이야.” “알겠어요. 진작에 가르쳐 주시지.” 아내는 그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랐다. 채반에 보자기를 깔고 그 위에 똥가루를 담아두었다. 몇 달이 지나자 똥가루는 꽤 많이 모아졌다. 김선달은 그날그날 날씨를 살피며, 아내를 골탕 먹일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좋은 기회가 왔다. 아침부터 날이 잔뜩 흐리더니,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오는 것이다. 김선달은 곧 소나기가 올 줄로 알고 급히 아내를 불러 말했다.
“똥가루를 팔러 갑시다. 오늘같이 흐린 날은 똥가루를 아주 비싼 값에 팔 수 있거든.” “어머, 그게 정말이에요? 당장 떠나요.” 아내는 몇 겹으로 쌓인 채반을 머리에 이고, 김선달을 따라 집을 나섰다.
김선달은 시장으로 향했다. 서울뿐 아니라 평양에서도 똥가루가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고 아내에게 말해 두었던 것이다. 그런데 겨우 마을을 벗어났을 때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굵은 비가 마구 퍼부어 댔다. 똥가루는 비에 젖어 철철철 아내의 얼굴로 흘러내렸다. “아이고, 이를 어째. 금가루가 똥물이 되었네. 아유, 아까워라. 소나기 때문에 돈 벌기 다 틀렸네.”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며 중얼거리는 말을 듣고, 그제야 아내는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았다. “당신 정말 나한테 이럴 수 있어요?” 똥물로 목욕을 한 아내가 화가 나서 채반을 내던졌다. 그 순간, 김선달은 시장을 향해 내달리며 소리쳤다.
“속은 사람이 바보지. 누가 돈을 그렇게 좋아하래?”
<신현배/시인, 아동문학가>

♠ 김선달은 또 무슨 일로 사람들을 골탕 먹였나요?

김선달의 집은 대동강 가에 있었다. 그래서 심심하면 혼자 강가를 거닐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올 무렵, 김선달은 강가에서 오리들을 보았다. 순간, 그는 오리 떼를 팔아 버려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김선달은 어수룩한 시골 부자 영감을 강가로 데려와, “지금 강에는 5만 8240 마리의 오리가 있는데 모두 내 것입니다. 오리들이 주인을 알아봐요. 한번 보시겠습니까?” 하더니 갑자기 손뼉을 치며 “날아라!” 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놀란 오리들이 일제히 하늘로 날아올랐다.
잠시 뒤 김선달은 오리 떼가 강물로 내려앉을 기미가 보이자, 기다렸다는 듯이 “내려앉아라!” 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오리들은 일제히 강물로 내려앉았다. 시골 부자 영감은 오리들이 주인 말을 잘 듣는다며 놀라워했다. 이리하여 김선달은 그에게 오리 떼를 비싼 값에 팔아치울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다시 대동강을 찾은 시골 부자 영감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간밤에 오리 떼가 먼 나라로 떠나 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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