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15 격주간 제708호>
<시네마&비디오> 캐스트 어웨이
현대인의 삶을 되돌아본다

“시간은 돈이다.” 세상이 더욱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시간의 가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가치가 높을수록 권력은 강해지고, 그 권력은 곧 세상을 지배한다. 문명의 탄생과 함께 슬며시 권력을 강화해왔던 시간은 인간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시간에 얽매여 살던 한 인간이 시간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가 바로 ‘캐스트 어웨이’다.
항상 시간과 싸우는 ‘페덱스’의 직원 척 놀랜드(톰행크스)는 시간을 잘 조율하고 쓰기 때문에 스스로 승자라고 생각한다. 척은 크리스마스이브에 사랑하는 캘리와 로맨틱한 데이트를 끝내지도 못 한 채 시간과 싸우기 위해 비행기를 올라탄다. 캘리가 선물한 시계를 보면서 도착을 기다리지만, 비행기는 착륙 직전 사고가 나서 추락한다. 척이 파도에 떠밀려 도착한 곳은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섬이다. 눈을 뜨는 순간 완전히 다른 세상에 도착해 있는 척. 아름다운 해변과 무성한 나무, 높은 암벽만이 있을 뿐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때부터 척에게 시간은 무의미해진다. 자살에 실패한 척은 ‘로빈스 크루소’처럼 자신만의 문명을 만들어가며 살아가기 시작한다. 이제 척은 그곳에서 인간의 문명 속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하나하나 깨닫는다. 스스로 불을 피우는 순간 척은 세상을 창조한 것처럼 감격한다. 그리고 그 불에 날로 먹던 게를 구워먹으면서 음식의 맛에 놀란다. 하지만 그곳에서 그가 가장 싸우기 힘들었던 것은 바로 외로움이다. 어느 날 척은 해변에서 ‘월슨’ 상표가 찍힌 공을 발견한다. 비행기와 함께 바다에 떨어졌다가 파도에 실려 온 것이다. 그 공에 우연히 자신의 손에 묻은 피가 묻게 되고, 척은 자신의 피를 조금 더해서 눈과 코와 입을 그려 넣는다. 척에게는 친구인 ‘월슨’이 생겨난다. ‘월슨’과 함께 외로움을 이겨내며 4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는데, 어느 날 해변가에 이동식 화장실 철판이 떠밀려온다. 척은 그 철판을 보고 돛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때부터 나무를 잘라서 뗏목을 만들기 시작한다. 폭풍우 때문에 ‘월슨’을 바닷가에 떠내려 보내고 결국 척은 자살을 결심하며 노를 버린다. 그때부터 며칠이 지났을까? 척 옆으로 배가 지나간다. 그렇게 구출되어 문명으로 돌아온 척은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지만 모든 것이 변한 것을 느낀다.
‘로버트 저메키슨’ 감독은 이 영화로 시간과 인간에 대해서 깊은 고찰을 한다. 문명은 과연 인간에게 무엇을 해주고 있는가? ‘캐스트 어웨이’는 이미 인간의 지배자가 되어버린 문명에서 잠시 우리가 벗어나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잠시 우리가 문명을 비난해보자.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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