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15 격주간 제708호>
<4-H인의 필독서>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다가가야

글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사소한 것까지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 책을 읽고 난 후에도 마음에 드는 구절이나 느낌 같은 것을 간략하게 적어두곤 한다. 이번에는 어떤 책을 소개해야 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비루하기 짝이 없는 ‘독서일기’를 뒤적이다가 2006년 5월 30일 하이타니 겐지로의 장편소설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를 읽고 남긴 몇 줄의 내 마음과 만났다. “좋다. 마음이 따뜻해지며 인간애가 느껴졌다. 가끔은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왜 하이타니 겐지로인지 그 해답을 확인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책장에서 다시 책을 꺼내 읽어보니 그 날의 감동이 울림으로 가슴을 두드렸다.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는 작가가 17년 동안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으로 ‘어린이에게 배운다’는 하이타니 겐지로의 교육철학이 담겨 있다.
이야기는 일본의 공업지대 안, 쓰레기처리장 근처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시작된다. 쓰레기처리장 근처에 있으니 심한 악취는 물론 벌레가 들끓는 열악한 환경이다. 쓰레기처리장에 사는 아이들은 늘상 문제를 일으켰고, 이 학교 선생님들은 그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대학을 갓 졸업하여 문제 많은 학교에 부임하게 된 고다니 선생님은 쓰레기처리장 아이들에게 동정어린 관심을 보냈으나 이내 높은 벽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애를 쓴다. 고다니 선생님은 좀처럼 말을 하지 않고 글도 모르는 데쓰조 네 집에 가정방문을 간다.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는 데쓰조가 파리를 기른다는 것에 놀라서 이유를 묻자 할아버지는 이렇게 대답한다.
“고다니 선생님, 파리를 기른다고 해서 데쓰조가 나쁜 아이는 아닙니다. 산으로 데려가면 데쓰조는 곤충을 기를 겁니다. 강으로 데려가면 물고기를 기르겠지요. 하지만 나는 아무 데도 못 데려갑니다. 이 녀석은 쓰레기가 모이는 여기밖에 모르고, 여기는 구더기나 하루살이, 기껏해야 파리밖에 없는 뎁니다. 데쓰조가 파리를 기르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데쓰조가 키우는 파리의 종류는 다양했다. 고다니 선생님은 데쓰조에게 파리에 관한 책을 사준다. 이 일을 계기로 데쓰조는 글을 배우게 되고, 체계적으로 파리에 대한 연구를 해나간다. 이후 ‘파리 박사’가 된 데쓰조는 파리 때문에 생긴 문제까지도 해결하게 된다.
문제아였던 데쓰조가 고다니 선생님의 헌신으로 훌륭하게 성장해 가는 것 같지만 더 큰 변화를 보여준 것은 고다니 선생님 자신이었다. 선생님은 아이들 하나하나를 이해하고, 아이들이 지닌 상처를 나누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어울려 사는 방법을 깨닫게 된다.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지 않나 싶다. 누군가가 손을 잡아 주기를 바란다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이해받고 싶다면 먼저 이해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데쓰조를 온전히 이해한 고다니 선생님처럼, 또한 선생님에게 진심으로 마음을 열었던 데쓰조처럼.
<정진아 /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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