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09-01 격주간 제707호> |
|
<지도현장> 도시생활과 4-H 활동 |
|
<박 현 주 지도사>
|
얼마 전 인터넷뉴스에서 참 신선한 사진 한 장을 접했다.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가 백악관 잔디를 뒤엎고 일궈놓은 텃밭에서 학생들과 함께 상추를 수확하고 있는 장면이었다.
세계의 중심이라고 불리는 미국에서, 그것도 영부인이 앞장서서 직접 흙을 만지고 땀을 흘리며 학생들에게 노동의 대가를 거둬들이는 시범을 보이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도 버킹검 궁에 텃밭을 마련하고 왕실의 식탁에 신선한 채소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우리 4-H회에서 추구하는 근면과 책임의 ‘노육(努育)’ 정신이며,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체육(體育)’ 정신과도 다르지 않은 것이었다.
4-H회를 맡으며 외부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들 중 하나가 “4-H회가 아직도 있어요?”나 “아니 인천에도 4-H회가 있어요? 시골에서 하는 거 아닌가?”라는 말이다. 그나마도 예전 어렸을 때 새마을운동을 겪은 세대들이 그렇게 이야기하고, 그 뒤 세대는 아예 “그게 뭐하는 거예요?”라고 묻기도 하니 그때마다 씁쓸하기도 하고, 책임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제 시대가 변했고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변했다. 지금까지 이어져온 훌륭한 4-H의 이념과 가치는 가져가되, 그것을 실천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것이다. 아니 변해야만 한다. 언제까지나 외부와는 단절된 채 우리들끼리만 ‘너무 좋은’ 우리들만의 잔치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최근 농촌진흥청에는 도시농업팀이 신설되고 도시농업연구회도 창립되는 등 관련분야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도시에서 농사를 지어 소득을 올리자는 개념이 아니고, 콘크리트에 둘러싸인 도시에서 누구나 꿈꾸던 마음속 고향을 일상 속에서 실천하자는 것이다.
그동안 도시민들을 시골로 불러들여 여러 체험을 하고 전원생활을 맛보는데 그쳤다면, 이제는 보다 적극적으로 주변 생활 속에서 생명과 교감하고 자연과 교류하자는 것이다. 이미 그것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먹거리에 대한 불안한 마음도 있겠고 어른세대들이 옛 시절을 꿈꾸는 향수도 있겠지만 청소년들에게도 교육적 가치는 무척 크다고 할 수 있다.
요즘 청소년들에게는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등 인기인들이 선망의 대상이 되어버렸고, 컴퓨터와 게임기 등이 여가시간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
주변에 접할 수 있는 문화라는 것은 거의 상업화된 시설들뿐이고 학교와 학원 수업으로 인해 점점 움직임은 적어지고 비만 또는 잘못된 다이어트 속에 체력이 저하되고 있다. 자연과 더불어 생활하고 그 고마움을 터득하는 기회가 너무 적은 것이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작물이 재배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어린이들이 쌀나무에서 쌀이 열리는 줄 알고 있다더니, 초등학생인 우리 아들도 얼마 전 콩깍지를 실제로 보고 정말 신기해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콩이 앵두나 대추처럼 나무에 낱개로 열리는 줄 알았던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농심을 심어줌으로써 진정한 생명의 가치와 그것을 존중하는 마음을 알게 해주는 4-H활동이야 말로 도시생활에서 너무나 필요하고 시급한 교육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인천광역시농업기술센터〉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