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한슬 회원 〈충북 단양군 가곡중학교 4-H회〉
아침부터 민족의 영산 백두산에 간다는 생각에 들떠서 싱글벙글 웃음이 절로 나왔다.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난 후 간단한 일정을 듣고 백두산으로 향했다. 날씨가 너무 화창해서 ‘아, 정말 좋은 날에 나는 백두산에 가게 됐구나’라고 생각하는 찰나 가이드분께서 백두산 날씨는 산 밑에 가봐야 알 수 있다며, 단 몇 분 사이에도 바뀌는 게 백두산 날씨라고 하셨다.
백두산 밑 주차장에서 우비를 입고, 버스를 타고 한참 산길을 달려 백두산 입구에 도착해 다시 버스를 타고 정말 꼬불꼬불한 길을 올라가 1340개라는 어마어마한 수의 계단을 올라가야한다고 했다. ‘그 정도의 계단’이라고 쉽게 얕봤다가 큰 일 날 뻔했다. 조금은 쉬울 줄 알았는데 알아주는 저질 체력이다 보니 계단 오르는 것도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니었다. 정말 가마를 타고 싶었지만, 내가 온 목적이 있었고, 두 다리로 백두산을 올라가보겠다는 의지도 조금 있었기에 가마를 타고 싶은 마음을 막아버렸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외치며 산을 오른 지 얼마나 됐을까. 사람들의 함성이 조금씩 들리기도 했고 많은 사람들이 보이기도 했다. 올라가자마자 안개와 구름 때문에 천지고 사람이고 잘 보이지 않았다. ‘아, 어쩌지 백두산에 올라와 천지도 못 보고 가는구나’라며 정말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천지라고 새겨져있는 나무로 만든 팻말 뒤에 서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 ‘어, 뭐지?’ 하고 뒤를 돌아봤는데 신기하게도 구름과 안개가 마술처럼 걷히고 있는 것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쉴 새 없이 셔터를 눌렀다. 이제 내려가기로 약속했던 시간이 다가오자 갑자기 빗방울이 또 후두둑 내리기 시작했다. 내려오면서 감탄에 감탄을 연발하며 정말 오길 잘했다며 뿌듯해했다. 그리고 금강대협곡도 봤는데, 백두산의 영향이었는지 정신이 없어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저 편하게 쉬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날은 집안으로 이동하여 집안호텔로 이동했다. 기상시간이 4시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기는 했지만, ‘안 자면 되지 뭐’라는 생각으로 방으로 들어왔다. 피곤해서 금방 잠이 들 줄 알았는데, 백두산에서 찍은 사진도 보고 또 아이들과 사진도 찍고 얘기도 하면서 밤을 새웠다.
다음날 제일 처음으로 광개토대왕비를 보러 갔는데 아쉽게 자세히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점심식사를 한 뒤 마지막 간단한 쇼핑 시간이 있었다. 나는 마땅히 살 게 없어서, 배안에서 차를 사기로 결정했고, 버스에 올라 탄 뒤 선생님들께서 백화점을 가자고 가이드님께 조르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한 마음으로 백화점을 외쳤고, 중국 백화점을 가 볼 수 있게 되었다. 겉은 다른 점이 없었지만, 역시나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른 느낌의 백화점이었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되어 버스를 타고 단동 동항 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해 수속을 한 뒤 배에 올라탔다. 저녁을 먹고, 그 날도 역시 아이들과 많이 친해진 터라 사진도 찍고, 게임도 하며 밤늦게까지 놀았다. 일출을 보겠다는 다짐을 굳게 했지만, 무참히 밟히고 말았다. 그래도 일어나니 한국이라는 소리에 그냥 기분이 좋아졌다.
이 여행으로 인해 더 넓은 견해를 갖게 되었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되어서 절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간직한 여행이 되었다. 처음엔 어색하고 서먹했던 사이였지만, 서로를 알아가면서 이렇게도 끈끈한 우정을 간직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과의 더더욱 소중한 만남이라 평생 잊지 못 할 것 같다.
이번 문화탐방에 함께 해주신 임태희 간사님, 이성숙 선생님, 윤진현 선생님, 박철순 선생님, 주지민 선생님, 김영세 선생님, 김태년 선생님, 김길종 선생님, 이원익 선생님, 신명순 이모님까지 우리 한 명 한 명 관심 가져 주시고 안전한 여행 될 수 있게 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또 지루하지 않게 즐겁고 유쾌한 여행 되게 해주셨던 가이드님께도 감사드린다.
이 시간에도 다음 만날 날을 기약하며 백두산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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