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인물 긴장감 넘치는 대립
‘예술가’의 영화는 상을 받을지 모르지만, ‘장인’의 영화는 오래도록 남는다. 그리고 그 후예들에게 수 백 번 되돌려 보여진다. 할리우드의 장인이라 불렸지만, ‘블레이드 러너’에서부터 억세게 상과는 거리가 멀었던 리들리 스콧 감독은 또 다시 그의 숨결이 느껴지는 ‘바디 오브 라이즈’를 만들었다. ‘바디 오브 라이즈’는 ‘본 시리즈’와 흡사한 첩보물이지만 스스로 뿜어내는 광채는 다르다.
영화는 전 세계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테러를 막기 위해 투입된 CIA 요원 페리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핸드폰으로 명령을 하는 상관인 호프만(러셀 크로우)의 이야기다. 페리스는 바로 옆에서 어제까지 함께 일했던 동료가 죽어나가는 요르단 암만에서, 호프만은 아침에 아이들을 돌보다 출근해서는 위성으로 현장중계 되는 페리스의 모습이 보이는 사무실에서 일을 한다. 죽음 앞에 선 페리스와 모니터를 통해 냉정하게 바라보는 호프만. 두 사람이 바라보는 한 가지 사실에 대한 그런 현격한 입장 차이에서 영화는 시작한다.
페리스는 자신의 찢어진 피부에서 나온 동료의 뼈 조각을 만지며, 자살폭탄의 배후로 지목된 알 살림을 검거하기 위해 요르단 정보국 수장인 하니(마크 스트롱)를 만난다. 하지만 하니를 대하는 페리스와 호프만의 입장 차이는 점점 노골적으로 변해간다.
영화는 호프만과 페리스라는 두 인물의 긴장감 넘치는 대립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두 캐릭터의 대립 사이에는 사실과 모니터라는 다른 현실이 존재한다. 페리스를 화면 속으로만 보고 있는 호프만의 현실은 유치원을 다니는 아이를 둔 미국 중산층의 삶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뛰고 있는 페리스의 삶은 바로 자살 폭탄으로 매순간 목숨마저 장담할 수 없는 처참한 현실이다. 두 사람을 구분 짓고 있는 경계는 우리가 접하고 있는 TV모니터와 흡사하다. 바로 감독은 그것을 놓치지 않고 영화적으로 담는다. 호프만이 보고 있는 중동의 현실이 우리가 TV를 통해서 보는 현실과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것처럼 연출해 나간다. 감독은 자신의 영화 ‘글라디에이터’에서 원형경기장에서 경기를 즐기는 로마인들과 검투사들의 싸움을 스크린을 통해서 보는 관객을 일치시켰던 것과 같은 방식을 쓰고 있다. 하지만 영화 속 현실과 실재하는 현실의 대칭이 ‘바디 오브 라이즈’는 훨씬 직접적이고 강력하다. 호프만의 시선으로 보이는 위성모니터는 마치 액션영화처럼 현란한 화면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리들리 스콧은 이야기에 의존하지 않고 이미지로 메시지를 전달할 줄 아는 몇 안되는 할리우드 장인 중 한명이다.<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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