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15 격주간 제706호>
<4-H교사이야기> 농업을 Blue Ocean으로 인식하자

<주 부 성>

수 년 전까지 농촌지역 학교에 근무하면서 나름 학생4-H회를 열성적으로 지도, 그 결과 4-H대상, 우수지도교사상 등을 수상하였다. 국화재배, 야생화 단지 조성, 댄스스포츠 지도, 압화공예 등 할 일이 많았었다. 상업계열, 공고계열, 인문계열이 공존하는 종합고등학교이다 보니 회원 확보, 시간 확보에 그다지 어려움을 겪지 않았던 것이다. 그 후 도시 인문계 고등학교로 옮겨 진학지도에만 전념하느라 4-H활동을 접었다가 올 해 처음으로 학생4-H회를 만들게 되었다.
아침 8시부터 학교일과가 시작되어 정규수업 후 방과후수업에 야간자기주도학습까지, 아파트 숲 한복판에 자리 잡아 실습 공간의 여유가 없는 캠퍼스. 예전 학교에 비하여 상황은 여러 가지로 열악하였다. 4-H를 아는 학생은 한명도 없고, 심지어 젊은 교사들조차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당연히 회원확보에 어려움이 있었고, 도시학교에서 어떻게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끌고 나가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45명의 회원을 확보했고, 창단 첫 해인만큼 일단 약하게(?) 시작하기로 하였다. 활동목표는 4-H이념 알기, 교내 화단가꾸기 및 국화재배, 봉사활동, 농업과 관련된 진로교육으로 잡았다. 한국4-H본부 홈페이지에 있는 동영상 자료를 이용하여 이념교육을 실시하고, 교내 화단에 벌개미취와 병꽃나무를 식재하여 가꾸기 시작하였다. 벌개미취를 심기 위해 삽과 호미를 나눠주던 첫 시간을 잊을 수 없다.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몰라 망연히 들고만 있던 모습, 지렁이가 나오자 혼비백산하여 달아나던 모습. 노작교육의 부재와 필요성을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요즘 학생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으면 농업이라고 답하는 학생이 거의 없다. 농업하면 하루 종일 뙤약볕 밑에서 새카맣게 피부를 그을려 가며 고생하고, 수입은 별로 없고, 결혼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식량이 자원이며 식품 종자가 국제 경제 전쟁에서 중요한 무기가 되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있으니 큰일이다. 능력 있는 학생들은 소위 인기학과만 염두에 두고 있다.
여름방학이 끝나는 8월말에는 인근 수국(水菊) 농장 여주인의 특강이 예정되어 있다. 4-H회원들이 재배할 국화를 구하기 위해 접하는 과정에서 농업의 가능성에 대한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동감하는 바가 있어 특강을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승낙해 주셨다.
생명의 근원인 흙 한번 제대로 만져보지 못하고 자라고 있는 우리 도시지역 학생들에게 흙의 소중함, 농업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싶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60배, 100배의 수확을 주는 기쁨을 조금이라도 알게 해주고 싶다. 우리 4-H회원들 중 한 명이라도 농업을 ‘Blue Ocean’으로 인식하여 나중 농업CEO가 되는 바람을 가져본다. 봄철에 회원들과 함께 식재한 벌개미취가 튼튼하게 땅에 뿌리를 박고 보라색 꽃대를 하늘을 향해 힘차게 뻗어 올린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이게 바로 농심 아닐까. 교사는 학생을 기르는 농부이다. 우리 4-H회원들을 통해 농부의 보람을 더욱 느껴보고 싶다.  〈경기 구리시
 토평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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