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 회원 〈경주여자정보고등학교4-H회〉
7월 21일 학생 13명과 지도교사 5명 등 한국4-H를 대표하는 18명은 필리핀(마닐라)을 방문하였다. 필리핀이란 나라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고, 해외연수도 처음이라 모든 게 낯설게 느껴졌던 게 사실이긴 하다. 필리핀은 그리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가 아니다. 비행기로 4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입국절차를 마치고 우리와 함께 6박7일을 보낼 가이드를 만나 연수 일정을 시작하였다.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ATI (Agricultural Training Institute)였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농업연수원 같은 곳이다. 필리핀은 각 기관, 가게마다 경찰이 있고, 총 소지를 막기 위해 가방검사를 한다. 하지만 이곳은 가방검사가 아닌 웃는 얼굴로 잡지를 잘라 손수 만든 목걸이를 걸어주며 악수를 해주었다. 연수를 하기 전 ATI의 높은 관계자분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먼저 영어로 자신을 소개하고 관계자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은 우리나라의 학생4-H는 학교 내에서 농업과 봉사를 하지만 필리핀에선 실제로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4-H회원들에게 자금을 보태어준다고 하였다. 우리나라보다 현실적인 사업인 것 같았다. 우리의 영농4-H회원같이 우리나라와는 재배하는 것들이 많이 달랐다. 열대지역에서만 기를 수 있는 과일, 커피 빈, 꽃 등 각각 식물을 재배하는 책이 있었고, 재배하는 기법도 다 달랐다. 수업을 마치고, 첫날 연수를 끝냈다.
연수 이틀째 되는 날 방문한 곳은 다스마리냐스네셔널하이스쿨이었다. 국립학교여서 그런지 학생들이 많이 있었다. 4-H학생들이 녹색티를 입고 우리를 반겨주었다. 필리핀 친구들은 우리를 보며 수줍은 미소를 띠어주었다. 강당으로 올라가 각 테이블에 우리들과 필리핀4-H회원들이 앉았고, 말도 안 되는 영어를 써가며 대화를 하였다. 내 옆에 앉아있던 친구의 이름은 Elijar였다. 이 친구는 15살이며 남학생이었다. 나의 말도 안 되는 영어를 다 알아들어준 친구이다.
드디어 행사 시작. 먼저 필리핀 학교4-H회를 대표하는 학생 2명이 인사를 하였고 오프닝 멘트를 하였다. 그리고 여러 친구들이 노래를 화음을 넣어 불러주었다. 아직도 그 친구들이 부른 노래가 귀에 맴도는 것 같다. 그 다음 두 팀이 나와 춤을 추었다. 그리고 간식을 나누어 주며 친구들과 대화를 했다. 나의 파트너와 파트너 친구들이 몰려와 얘기를 하는데 한국문화와 한국말도 많이 가르쳐주었다. 아이들 중에는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친구들도 있었다. 파트너에게 여자친구에게 말해주라고 ‘사랑해’라는 말도 가르쳐줬다. 많은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게 되어서 간식도 못 먹고 있었는데 나중에 하는 말이 간식은 다 먹는 게 예의라고 하였다. 그 다음부턴 방문지에서 간식을 주면 꼭 다 챙겨 먹었다.
강당을 내려와 친구들이 관리하는 밭과 공원 등을 둘러보았다. 지나갈 때마다 친구들이 인사를 해주는 게 너무 재밌었다. 친구들이 밝은 모습이라 좋았지만, 공부환경은 매우 열악하였다. 우리는 덥다 춥다며 여러 핑계를 대고 짜증을 내지만 이 친구들은 그 환경에서도 밝은 모습으로 지내서 너무 보기 좋았다. 왜 그리 친구들과 헤어지는 게 아쉽던지 마지막까지 나와서 마중해 주는 친구들이 너무 고마웠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CAVITE시청이었다. 웅장한 크기에 주위도 매우 깔끔했다. 관계자분의 설명을 듣고 그 지역에서 만든 커피도 맛보고 농업사업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다음은 커피와 후추를 주로 재배하는 농장을 방문했다. 견학하기 전 입구주변에 람부탄나무가 있었는데 그 열매가 얼마나 맛있던지 계속 따먹다가 혼나기도 했다. 커피빈과 후추가 있는 곳까지 가는 길이 얼마나 험하던지 정글수준이었다. 커피빈은 우리가 아는 커피알과 다르게 생겼다. 뜯어오면 안되지만 친구와 몰래 한 개씩 뜯어서 주머니에 넣어 놓았었는데 나중에 꺼내보니 색깔이 커피색깔처럼 갈색으로 변해서 놀랐다. 우리가 아는 후추는 가공된 상태의 가루뿐이지만 원래의 상태는 약간 벼 같이 생겼다. 그 속에 알알이 후추 알이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견학한 곳은 드레곤이란 과일 농장이다. 선인장과의 과일이라 생긴 것은 커다란 선인장에 달린 열매 같지만 그 열매를 잘라 보면 키위같이 생긴 속살이 있다. 식감도 키위와 별 다를 게 없다. 견학을 마치고 석식을 먹고 우린 야시장으로 향하였다. 연수일정 외에 들른 곳이다. 야시장 중 해산물이 있는 곳을 들렀는데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가재와 생선들이 있었다. 상인들의 한국말은 한국인 뺨 칠 정도였다. 야시장에서 레몬을 하나 샀는데 하나 산다고 얼마나 눈치를 주던지 결국 레몬 한 개와 리치 몇 개를 들고 숙소에 와서 먹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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