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15 격주간 제706호>
<별난 한국사 이야기> 똥은 천하의 명약?

‘화랑의 후예’는 소설가 김동리가 1935년 ‘조선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단편 소설이다. 김동리는 이 소설로 문단에 나와 1979년 마지막 단편 소설 ‘만자동경’을 발표하기까지 만 44년 동안 활발한 창작 활동을 벌인다.
‘화랑의 후예’에는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온다.

…그는 두루마기 속에 찌르고 있던 손을 빼어 모자를 쥐려다 말고 한참 동안 무엇을 망설거리며 내 눈치를 보곤 하더니, 모자를 잡으려던 손으로 콧물을 닦으며 왼편 손은 사뭇 두루마기 속에서 무엇을 더듬어 찾고 있었다.
“이거 대, 대, 댁에 잘 간수해 두”하며 종잇조각에 싼 것을 주는데 받아서 보니 이건 흙에다 겨 가루를 섞은 것 같아 보였다.
“……?”
내가 잠자코 의아한 낯빛으로 그를 쳐다보려니까, 그는 어느덧 오연한 태도를 가지며 위엄 있는 음성으로 “거 쇠똥 위에 개똥 눈 겐데 아주 며, 며 명약이유”한다.
나는 그의 말뜻을 바로 이해할 수 없어 어리둥절해 있으려니까,
“허어, 어떻게 귀중한 약인데 그랴!”하며 그 물이 도는 두 눈에 독기를 띠고 나를 노려보았다.
내가 민망해서 “대개 어떤 병에 쓰는 거죠?” 하고 물은즉,
“아, 거야 만병에 좋은걸 뭐”하며 나를 흘겨보고 나서,
“거 어떻게 소중한 약이라구. …… 필요할 때는 대, 대갓집에서두 못 구해서들 쩔쩔매는 건데, 괜히…….”

똥은 열 내리는 특효약

이 소설의 한 대목을 읽으니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라는 우리나라 옛 속담이 생각날 것이다. 실제로 똥은 옛날부터 약으로 쓰였다. 특히 타박상을 입은 데에 특효가 있다고 해서, 개똥을 굽거나 쪄서 참기름으로 개여 상처에 붙였다. 상처에 잘 붙으라고 참기름으로 개는 거고, 균을 죽이려고 개똥을 굽거나 찌는 거라나?
사람 똥은 열병 환자에게 먹여 열을 내리는 데 썼다. 마른 똥을 탕에 넣어 마시거나, 마른 똥을 불에 태우고 남은 것을 물에 타서 먹인다는 것이다. 중종은 높은 열을 내리려고 사람 똥을 물에 타서 마셨다.

몸에 명약 들어있어

정조 때에 ‘이동’이라는 명의가 있었는데, 정조의 병을 치료하여 상금으로 10만 냥을 받았다. 이동은 특이하게도 사람의 똥이나 오줌, 머리칼, 침, 때 등으로 약을 썼다고 한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똥이나 오줌, 머리칼, 침, 때 따위가 만병통치약이자 불로장생의 묘약이라는 것이다.
“사람 몸 안에는 여러 가지 훌륭한 약이 들어 있다. 이런 약만으로도 충분한데 어찌 다른 물건을 약으로 쓰겠는가?”
이동이 늘상 했다는 말이다. 그러고 보면 똥이 천하의 명약이라는 것은 전혀 근거 없는 말 같지는 않다.
<신현배/시인, 아동문학가>

♠ 종이가 귀한 옛날에는 무엇으로 밑씻개를 했나요?

옛날에는 오늘날처럼 두루마리 화장지도 없고 종이도 무척 귀했다. 따라서 용변이 끝나면 짚이나 풀잎으로 밑씻개를 했다.
때로는 새끼줄을 이용했다. 변소에 새끼줄을 매달아 놓고, 새끼줄에 항문을 문지르는 것이다.
산 속에 들어갔을 때는 냇가에서 용변을 보고 물로 깨끗이 씻기도 했다.
궁궐에서는 밑씻개로 무명천이나 명주천을 사용했다고 한다. 왕은 이동식 좌변기인 ‘매화틀’에 앉아 용변을 보았는데, 용변이 끝나면 ‘복이 나인’이 밑을 씻겨 주었다.
밑씻개를 이용한 재미있는 민간요법을 하나 소개하면, 옛날에는 잘 때 몹시 이를 가는 사람에게는 한번 사용한 밑씻개가 특효약이었다는 것이다. 곯아떨어져 부득부득 이를 가는 사람의 입에 밑씻개를 물려주면 그 다음부터는 절대로 이를 갈지 않았다나. 그저 믿거나 말거나, 민간요법일 뿐이니 실험해 보지는 마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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