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15 격주간 제706호>
<제9회 전국4-H회원 사이버백일장 본선 진출 작품> 외할머니의 손

옥유정 회원 〈경남 마산 산호초등학교4-H회〉

지난 주말, 어머니께서는 경남 함안 군북에 있는 외할머니 댁에 간다고 하셨다. 이렇게 화창한 날씨에 놀이공원을 기대했던 나는 입이 코보다 더 튀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왜 가요. 꼭 가야 해요?”
불평 섞인 내 질문에 부모님께서는 한창 모내기철이라서 일손이 모자라니 꼭 가서 도와 드려야 한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내 입에 들어가는 밥이 다 그저 먹는 것이 아니라 농부들의 피와 땀이라고 하셨다. 그래도 나는 짜증이 조금 났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푸른 산과 모심기를 한 파릇파릇한 논을 보면서 마음의 편안함을 느끼며 내가 지나간 고속도로 길 위로 나의 짜증은 조금씩 멀어져 갔다.
드디어 외할머니 댁에 도착. 부모님께서는 모내기 준비를 하시고 나는 외할머니랑 올록볼록한 초록색 완두콩 꼬투리를 땄다. 초록색 집 속에는 다섯 오누이들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점심으로 완두콩밥을 먹을 때는 나는 괜히 완두콩을 깨물기가 미안했다. ‘내 뱃속이 따스하니 여기서 살아라’하고 완두콩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밥을 먹은 후 뽕나무 열매인 오디도 먹었다. 보라색인데 생긴 것은 별로 예쁘진 않지만 입 안에서 느껴지는 달콤함은 생전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었다. 오동통하게 살이 찐 오디를 골라주시며 외할머니께서는 “우리 강생이(강아지) 많이 묵어라(먹어라)”하셨다. 나는 외할머니가 강생이라고 말씀하실 때 그 말이 참 좋다. 할머니의 사랑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너무 좋다.
외할머니 댁 주변을 지나가다가 나를 너무 놀라게 한 대사건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두꺼비를 만났던 것이다. 책에서나 보았던 두꺼비는 너무 커서 무서울 정도였다. 더 이상한 것은 동네아주머니들께서 “아이구~ 내일은 비가 올 모양이구나! 모내기 준비를 빨리 해야겠네”하셨다. 농촌은 참 이상하다. 뉴스도 안보고 그런 사실을 알 수 있다니 정말 신기하기만 했다.
저녁밥을 먹는데 내 옆에 앉은 외할머니의 손이 자꾸만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자세히 쳐다보았다. 거북이 등처럼 거칠고 딱딱하고 또 쭈글쭈글했다. 자주 뵙기는 했지만 한 번도 자세히 본 적이 없었는데 그날따라 자꾸만 눈이 갔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우리들 먹이려고 고생하셔서 그런 것 같았다. 나는 가만히 외할머니의 손을 만져 보았다. 눈물이 나올 것 같기도 하고 기분이 이상했다. 그렇지만 그 손은 세상에서 제일 부드럽고 따뜻한 것 같았다.
초록색 물이 내 옷에 다 물들고 난 후, 오후에 집으로 돌아왔다. 외할머니 손으로 직접 챙겨주신 감자랑 파, 완두콩, 오디랑 온갖 것을 다 싸 오며 어머니도 행복한 얼굴이었다.
놀이공원이나 맛있는 어떤 음식보다는 오늘 경험한 외할머니 댁의 작은 경험이 즐겁고 소중했다. 피곤했지만 갈 때 나왔던 불평은 행복한 콧노래가 되었다.
매일 학교 마치고 이 학원 저 학원으로 다니다 밤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오는 내 생활과는 다른 농촌의 아이들이 문득 부러워졌다. 개구리도 잡고, 감꽃도 주워서 목걸이도 만들고, 풀잎으로 풀피리도 만들어 부는 그 아이들은 얼마나 예쁜 추억들이 많을까?
“엄마, 우리도 시골로 이사 오면 안 돼요?”
내 말에 어머니와 아버지께서는 마주보고 웃으셨다.
농촌을 생각하면 우리 외할머니의 따뜻한 손이 생각난다.
구수한 사투리로 “우리 강생이 오나!”하며 늘 반갑게 맞아주시는 외할머니 댁으로 지금도 달려가고 싶다.
“우리 강생이 어서 온나” 소리가 귀가에서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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