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01 격주간 제705호>
<시네마&비디오> 해운대

한국형 서민 감정 블록버스터

자연재해 앞에서 인간의 존재는 보잘 것 없다. 2004년 개봉했던 ‘투머로우’는 빙하기가 오면서 꼼짝없이 당한 미국이 멕시코에게 구조를 요청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재난 영화의 특징은 바로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안티히어로를 제거하면 해결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다양한 인간 군상의 갈등을 집어넣고 재난을 해쳐나가면서 그 갈등의 문제가 해결되는 방식을 쓸 수밖에 없다. 영화 ‘해운대’는 그 공식에 충실하기도 하고 또 어긋나 있기도 하다.
원양어선을 타는 해운대 토박이 만식(설경구)은 대양에서 예기치 않은 쓰나미에 휩싸이게 되고 단 한순간의 실수로 연희(하지원)의 아버지를 잃게 된다. 이 사고 때문에 죄책감에 시달리면서도 사랑하는 연희에게 사랑을 고백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한다. 결국 마음을 단단히 먹고 프로포즈를 준비한다.
한편 해양연구소 지질학자 김휘(박중훈)는 대마도와 해운대를 둘러싼 동해의 상황에서 쓰나미의 징후를 발견한다. 방재청에 위험을 알리지만 공무원들은 귀찮아하며 김휘 박사의 말을 무시한다. 하지만 쓰나미가 발생하고 일본 대마도를 삼킨다. 한여름 더위를 식히고 있는 수백만의 휴가철 인파와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는 부산 시민들에게 재난이 닥쳐온다. 이제 누구나 할 것 없이 가장 소중한 것들을 지켜내기 위해 혼신의 투쟁을 시작한다.
‘해운대’는 윤제균 감독의 장기들로 뭉쳐있다. 그의 빅히트작인 ‘색즉시공’처럼 실컷 웃다가 눈물을 흘리게 되고, ‘1번가의 기적’처럼 찌든 삶 속에서도 즐겁게 버텨가는 인간군상이 존재한다. 그리고 또 하나는 구수한 부산사투리다. 엄청난 CG작업으로 100억이 넘는 제작비를 쏟아 부으면서 윤제균 감독은 자신의 기존 영화에서 관객들에게 인정을 받았던 안전판들을 여기저기 붙여놓은 듯 했다.
그 안전판 중에 가장 훌륭했던 것은 바로 여러 인간군상을 진솔하게 그렸다는 것이다. 소시민의 삶을 정겹고 친근하게 그려낸 것이 바로 ‘해운대’가 가지고 있는 한국적 블록버스터의 미덕이다. 그러면서도 기존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볼거리도 놓치지 않는다. 보통 허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영웅이 등장을 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식을 택했다면 ‘해운대’는 살아있는 인간 군상들이 닥쳐온 재난을 그대로 받아드리고 그 속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 가는 너무나 한국적인 방식을 택했다. 영웅이 아니라 서민들의 진솔한 삶의 모습이 조악해 보이기까지 한 CG로 만든 쓰나미를 더욱 그럴 듯 해 보이게 했다.〈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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