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15 격주간 제704호>
나의 사랑 나의 국토 (24)

낙동강 상류 내성천의 무섬마을  ①
 박태순 / 소설가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김소월의 ‘엄마야 누나야’라는 시는 나이 어린 사내아이의 목소리를 빌려서 소박한 갈망을 노래한다. 엄마와 누나와 사내아이가 함께 누리는 가정의 평화, 그리고 금모래 빛과 갈잎의 노래로 표현되는 강변의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의 삶을 동경한다.
김소월이 이 시를 쓴 것은 1922년이었는데 그때와는 너무도 달라진 오늘의 사회환경 속에서일 망정 사람의 순수성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함께 누리는 삶은 우리가 갈망해 마지않는 바의 것이어야 하리라. 다만 거대도시의 욕망공간에는 금모래 빛과 갈잎의 노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사람의 순수성보다는 능력과 능률이 중요시되고 자연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인공 환경의 화려함이 추구되고 있다. 루소는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했지만 우리는 묻는다. 돌아갈 자연을 어떻게 갈무리해 두어야 하는가. 도시의 콘크리트 공간에서 전개되는 사회활동과 경제개발도 필요하지만 대대로 물려온 삼천리금수강산의 환경을 누가 지키고 가꾸어 녹색공간의 국토를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으려는지….
내성천(乃城川)은 경북 봉화의 백두대간 줄기에서 발원되는데, 예전에는 봉화 고을을 ‘내성’이라 불렀기 때문에 이런 하천 이름이 생겨난 것이다. 태백시 황지에서 발원되는 낙동강 본류는 안동 쪽으로 흘러들고, 지류가 되는 내성천은 그보다 위쪽의 영주를 거쳐 예천에서 마침내 본류와 합수된다. 안동의 낙동강 본류와 영주의 내성천 지류에는 옛 취락구조를 고스란히 간수하는 전통마을들이 다믄다믄 남아 있다. 본류 쪽으로는 도산면의 퇴계 이황 종택과 풍천면의 하회 유씨 집성촌인 하회마을이 유명하다. 지류인 내성촌 쪽으로는 봉화에 있는 충재 권벌의 닭실 마을과 영주 수도리(水島里)의 무섬마을을 꼽게 된다. 닭실 마을은 금계포란의 명당이라 해서 이런 이름을 얻었고, 무섬마을은 물 한가운데에 들어앉은 섬처럼 생긴 ‘물섬마을’의 형국이라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3면이 강변에 접해 있을 따름이다. 내성천의 하류가 되는 예천군 용궁면에는 ‘회룡포 마을’이 있는데 이 부락이야말로 용의 머리가 꼬리를 물어 한바퀴 뺑 돌아나가는 형상의 섬 마을이다.
내성천은 청정환경을 아직은 간수해 두고 있다. 강변 마을들은 모래 하천으로 이루어져 있고, 물속에는 강도래라든가 흰수마자 같은 희귀어종의 물고기들이 서식한다. 무섬마을에는 38동의 전통가옥이 보존되어 있는데 16동은 행랑채와 사랑채, 안채 및 정자와 누각을 갖추기도 하는 사대부 가옥의 특성을 보여준다. 개화기 시대에 이미 ‘무섬의숙’이라는 민립학교를 세워 선각적인 인재들을 다수 배출한 마을이기도 하다. 정초에는 ‘무섬마을 달집태우기’ 동제도 지내고, 강에는 외나무다리를 놓아 가을 축제도 벌인다. 지난 5월 하순에 이 마을을 다시 찾았는데 도로변에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송리원댐 건설 결사반대’라고 씌어 있었는데 도대체 무슨 사단인 것일까.
내성천의 상류가 되는 영주시 평은면에 1억8000만톤 저수 용량의 댐을 건설한다는 것인데, 주민들 말로는 내성천은 농업용수가 모자라는 것도 아니고 모래하천이므로 홍수 염려도 없으며 오염되지도 않았다고 한다. 중소형이라면 몰라도 거대한 댐은 필요치 않으며 되레 내성천의 쾌적한 자연환경을 훼손시킬 뿐이라는 것이다. 금모래 빛과 갈대의 노래가 있는 강변 마을 주민 중에서는 시름과 걱정에 잠긴 이야기를 하는 이들도 있더라는 사실만 여기에 옮겨놓는다.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에 있는 무섬마을. 내성천을 3면에 휘두르고 있는 이 강변마을은 수려한 자연환경과 대물림의 인문환경을 한껏 함께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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