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 속에 숨어 버린 미덕들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을 생각하려면 전편을 돌아봐야한다. 전편에는 트랜스포머를 제작한 스티븐 스필버그식 인간관계가 등장한다. 그것은 그가 만들었던 ‘E.T’에서 보여줬던 친근함과 순수한 우정 쌓기였다. 그리고 ‘아마게돈’을 연출했던 마이클 베이식 남자들의 우정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패자의 역습’에서는 제작자 스티븐 스필버그의 미덕은 사라지고 감독 마이클 베이가 ‘진주만’에서 보여줬던 화려함만이 남아 있다.
오토봇과 디셉티콘, 두 로봇의 치열한 싸움에서 지구를 구한 샘 윗윅카(샤이아 라보프), 2년이 지난 후 여자친구 마카엘라(메간 폭스)와 수호로봇 범블비와 떨어져 대학에 진학한다. 학교생활에 적응하며 평범한 삶을 살고 싶은 샘은 다시 우주의 사활을 건 전쟁에 말려든다.
전편에 이번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바로 풋풋했던 샘의 캐릭터 변화이다. 자동차를 갖고 싶어 했던 샘은 이제 섹시한 여자에 더 관심을 갖는다. 자동차 변신 로봇대신 여성형 트랜스포머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에 어울리듯 마카엘라 역시 야성적인 매력을 잃어버리고 섹시한 상품처럼 나온다. 순진한 매력을 가졌던 샘은 너무 똑똑해졌고, 야성을 겸비했던 마카엘라는 그저 섹시해지기만 했을 뿐이다.
전편에서 샘과 함께 인간처럼 감정을 교류했던 범블비와 오토봇의 모습은 사라져버렸다. 그저 화려한 CG와 로봇의 싸움만으로 많은 시간을 허비할 뿐이다. 숫자만 늘어난 트랜스포머들은 전편의 범블비만큼 감정을 끌어내지는 못한다.
전편과 속편 영화 내내 참기 힘든 요소 중 하나는 지구를 지키는 몫은 미국의 몫이라는 것이다. 특히 트랜스포머는 일본 원작답게 국적이 없는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 이야기마저 미국이 세계를 지켜야만 만족스러운 미국인의 입맛에 맞춰지고 말았다.
인간적인 매력을 지녔던 전편에 비해 더 화려해졌다고는 하지만 전편이 줬던 변신로봇의 충격 이상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전편에서 보여줬던 것만큼만 기대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더 크게, 더 화려하게’라는 일반적인 블록버스터의 속편의 공식을 따른 ‘트랜스 포머 : 패자의 역습’은 1편이 지녔던 미덕들을 모두 잃어버렸다.
70~80년대 로봇 만화로써의 추억과 새로운 세대들에게 동심을 안겨주었던 전편에 비해 그냥 그런 블록버스터 속편으로 끝나버린 ‘패자의 역습’은 참으로 안타깝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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