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15 격주간 제704호>
<4-H인의 필독서> 청아 청아 예쁜 청아

“보이는 사랑보다 보이지 않는 사랑이 더 아름답다”

익숙한 것은 편하다. 하지만 호기심이나 상상력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는 아쉬움으로 이어진다. 고전소설 ‘심청전’ 얘기다. 너무도 잘 아는 익숙한 이야기라서 지금껏 ‘심청전’ 읽기를 미뤄왔다면, 강숙인의 ‘청아 청아 예쁜 청아’를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책은 ‘심청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낸 청소년소설이다.
작가는 심청이 바다에 빠졌다가 다시 살아나 왕비가 된 것은, 숨어서 지켜주고 있는, 크고 신비한 사랑이 심청을 구해줬기 때문은 아닐까? 상상을 하면서 새로운 심청전, ‘청아 청아 예쁜 청아’를 집필했다고 한다.
소설은 서해바다 용왕이 병에 걸린 아들 ‘빛나로’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상제님의 생신 잔치에서 하늘복숭아를 훔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하늘복숭아를 먹은 빛나로는 목숨을 구하지만, 그로 인해 용왕은 하늘 뇌옥에 갇히고 왕비와 아들은 거북으로 살아야 하는 벌을 받는다.
오랜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빛나로는 인당수에 바쳐질 영혼이 아름다운 처녀인 청이의 혼이 그의 마음을 받아들여 거북이 되겠다고 한다면, 아버지의 죄가 용서되고, 용궁의 영화를 되찾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는다. 거북의 모습으로 뭍에 올라간 빛나로는 청이를 만나 첫눈에 마음을 빼앗기고 용궁에 돌아와서도 청이 생각만 한다.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청이가 보고 싶고 그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청아, 청아, 예쁜 청아.’ 노래하듯, 마음속으로 청이를 불러보았다. ‘청아, 청아, 예쁜 청아…….’”
빛나로는 지극한 마음으로 청이를 지켜보지만 청이는 한 번 본 선비를 사랑하게 된다. 그녀의 사랑을 알게 된 빛나로는 깊은 슬픔에 빠진다. 이야기는 예정된 대로 흘러, 청이는 눈먼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공양미 삼백 석에 팔려간다. 인당수에 빠지기 전날 밤 청이는 거북의 모습을 한 빛나로를 앞에 두고 넋 나간 사람처럼 혼잣말을 한다.
“난 죽고 싶지 않아. 난 이제 겨우 열다섯인걸. 아버지한테 효도도 다 못했고,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했어. 내겐 또 꿈도 있었지. 그분을 다시 만나 아름다운 인연을 맺는 꿈…….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꿈이었지만, 꿈을 꾸고 있을 땐 참 행복했단다. 그런데 내일이면 난 죽어야 하는구나. 난 이제 겨우 열다섯 살인데…….”
결국 청이는 인당수에 몸을 던진다. 물살을 타고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아 죽어가는 청이를 지켜보던 빛나로는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청이를 살려내고는 이렇게 말한다.
“청아, 청아, 예쁜 청아. 너를 보는 것도 마지막이구나. 오랜 세월을 다시 기다리는 일도, 또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얻는 일도 이제 난 할 수가 없어. 내 마음 속에는 오직 너 뿐이니까.”
정신을 잃은 청이에게 마음을 고백하며 눈물 흘리는 빛나로의 슬픔이 애잔하게 마음에 와 닿았다. 이제 빛나로와 청이는 어떻게 될까? 궁금하다면, 보이는 사랑보다는 보이지 않는 사랑이 더욱 아름답다고 말하고 있는 책, ‘청아 청아 예쁜 청아’를 읽어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정진아 /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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