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15 격주간 제704호>
<제9회 전국4-H회원 사이버백일장 본선 진출작> 텃밭의 추억과 우리가족의 즐거움

윤경혜 회원 〈경기 시흥 진말초등학교4-H회〉

우리 집은 내가 1학년 겨울 방학 때 동네로 이사 왔다. 그리고 다음해 첫봄을 맞이했다. 해마다 봄이 되면 벌어지는 진풍경을 그때 처음 보게 되었다. 우리가 생활하는 곳은 현대식 아파트인데 동그랗게 모인 주거 공간 외에는 거의가 텃밭, 논과 밭, 산이다. 좀 더 동네에서 나오면 수로에는 셀 수도 없이 많은 물고기들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아빠께서 특히 좋아하셨고 나는 이런 우리 동네를 참 맘에 들어 했다. 땅이란 땅은 모두 텃밭으로 만들어 들에 자라는 들풀과 각종 채소를 심을 수 있었다. 심지어 무슨 휴전선처럼 생긴 울타리 등을 쳐놓은 곳도 꽤나 많았다. 그래서 우리 가족도 텃밭을 일구고 싶은 마음이 들어 텃밭 만들 땅을 찾아보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먼저 텃밭을 만들어 놓아서 틈이 없어 보였다. 포기하려다 아파트 화단 뒤편에 좀 넓은 곳으로 향했다. 비가 오고 있었지만 우리 가족의 텃밭에 대한 열의에 비하면 비 정도는 우스웠다. 밭을 만들기 위해 돌을 고르고 풀을 뽑고 거름을 쏟아 부어 흙과 섞었다. 울타리를 만들고 보니 제법 정사각형 모양의 작은 텃밭이 완성되어 고추 모종, 부추 씨앗, 상추 씨앗 등을 심고 뿌렸다. 또 고추 지지대를 어렵게 찾아 꽂고 끈으로 묶어 고정했다. 밤이 되어 깜깜했지만 전등을 비추면서 우리 가족은 힘든 줄 모르고 즐겁게 텃밭 만들기를 마무리했다.
뿌듯한 마음을 간직하며 며칠이 흘렀다. 텃밭을 보러 갔는데 울타리에 뭔가가 보여 가까이 다가가 보니 ‘빨리 옮겨 심지 않으면 다 뽑아 버린다’는 무시무시한 경고문이 우릴 반기고 있었다. 약간 짜증났지만 옮겨 심을 곳 찾는 게 급했다. 겨우 옮길 만한 작은 땅을 찾았다. 다시 텃밭을 일구며 방울토마토도 추가로 심고 일정한 날짜에 맞춰 가족들이 다함께 나와 꼬박꼬박 물도 주고 정성을 기울였다. 조금 힘들어도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여러 날이 지나자 작고 앙증맞은 초록색의 방울토마토가 대롱대롱 열리더니 고추도 뾰족이 나왔다. 상추도 예쁘고 작은 잎을 탐스럽게 뽐내고 있었다. 신기하고 기쁘고 뿌듯하고 귀여웠다. 방울토마토가 제법 영글면 산책을 가다 하나 따서 먹기도 했다. 익는 족족 따먹어서 완전히 익은 것을 보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 보드라운 감촉이 느껴지는 풋고추를 딸 때는 손에서 제법 매운 냄새도 났다. 우리가 심어 재배한 고추와 상추로 삼겹살 파티를 하는 날엔 최고로 기분 좋았다. 상추는 너무 많이 자라 뽑아도 자꾸 커지고 잎이 무성해졌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주기도 했다. 아니 어느 날엔 누군가 상추를 뜯어가기도 했다. 별로 신경 안 썼다. 많으니까 괜찮았다. 비가 온 다음날엔 민달팽이가 까맣게 붙어 있어서 징그러웠다. 또 고추는 진드기와 고추벌레, 무당벌레가 잔뜩 붙어 있기도 했다. 그때 느낀 것은 농약을 쓰지 않고 채소를 재배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한참 지난 후엔 고추나무가 날씬 해졌다. 잎은 다 갉아 먹고 고추만 대롱 매달려 있었다. 옆 텃밭의 할머니께서 비료와 농약을 조금 뿌려줘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아빠께서 끝까지 농약은 안 뿌렸다. 그 대가로 우리 가족의 첫 텃밭 재배에서 풋고추는 여름 내내 몇 번만 맛볼 수 있었다. 농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다행히 방울토마토는 벌레들이 싫어하는지 괜찮았다.
텃밭을 가꾸며 느낀 점 또 한 가지는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할 게 아니라 자연은 늘 우리 곁에 함께 있고 그 자연은 항상 우리에게 기회를 주는 것 같다. 단지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 무한대 사랑으로 우리에게 베푸는 고마운 우리자연을 우리가 지키고 가꾸어야겠다. 우리와 자연은 하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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