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01 격주간 제703호>
<4-H교사이야기> 야! 아까워라. 한참 꽃이 피고 있는데…

<이상철>

“선생님! 이것 좀 보세요.” 지난 4월에 식재한 우리 꽃 화단에 같은 학교 동아리 RCY에서 키우고 있는 토끼들이 우리를 나와 풀을 뜯고 있다. 탐스럽게 자란 우리 꽃이 토끼들의 먹이감이 되고 있는 것이었다. 야! 아까워라. 한참 꽃이 피고 있는데….
지금으로부터 22년 전 1987년 3월, 첫 업무는 학생부 환경계. “이 선생, 4-H라고 들어봤나?” 당시 학생부장님이 물으신다. “예! 초등학교 때부터 4-H활동을 하였습니다.” 까마득히 잊혀져 가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아촌4-H회, 지금도 생각하면 정겹기만 한 이름이다.
본교에 마을별로 4-H회가 조직되어 활동하고 있는데, l년에 3~4번 중요한 행사가 있어서 지도교사가 필요한데 업무가 바쁘다 보니까 첫 부임하여 오는 신임교사가 떠맡는다고 하신다. 별 생각 없이 “그렇게 하겠습니다” 한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그 동안 4-H회를 맡아 회원들과 함께 하며 클로버퀴즈대회, 청소년의 달 행사, 야외교육 행사, 경진대회 등을 참가했다. 또 회원들의 농심함양을 위해 풍물반, 국화재배, 하우스시설재배, 분재, 테라리움, 한지공예, 텃밭 가꾸기, 자생화 화단조성 등의 과제활동을 했지만, 돌이켜보면 회원들을 위하기 보다는 내 삶의 풍요로움을 위하여 스스로 택한 길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4-H운동이 표방하는 ‘좋은 것을 더욱 좋게, 실천으로 배우자’에 매료되어 함께 한 지난 시간들은 나에게 행복 그 자체였다. 지금도 4-H행사나 사회 곳곳에서 졸업생들을 만난다. “선생님, 지금도 4-H선생님하세요?” 참 듣기 좋은 말이다.
옛날을 회상하며 화단을 둘러본다. 무늬지리대사초, 섬기린초, 기린초, 가막살나무, 애기기린초, 땅채송화, 가는기린초, 팥꽃나무, 비비추, 은방울꽃, 금낭화…. 마지막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화단의 입간판. “…사라져 가는 우리꽃에 대한 가치와 소중함을 되새기고자 여강고등학교 학생들이 정성들여 심고 가꾸어 조성된 아름다운 우리꽃 화단입니다.…”
지난 4월19일 우리나라 야생화에 대한 중요성을 학생들에게 일깨워 주기 위해 ‘아름다운 우리꽃 식재행사’를 실시했다. 일요일에 실시한 이 행사 발대식에는 총학생회 임원들이, 식재행사는 4-H회원을 중심으로 전교생 중에서 희망하는 학생들이 참가했다. 평소 야생화에 관심을 갖고 화단을 관리해온 4-H회원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라는 주위 동료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슴 뿌듯함을 느꼈다.
백광현 지도사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교내화단에 야생화를 가꾸어 왔는데 건물 외벽공사로 인해 화단이 훼손되어 아쉬움이 컸었다. 그런데 이번 기회에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꽃 화단이 조성되었으니 그 기쁨 뭐라 표현할까. 더구나 우리 4-H회원의 위대한 손에 의해서 조성되었으니 말이다.
이제는 교직을 시작한 20여 년 전 처음으로 돌아가고자 4-H서약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4-H인의 한사람으로써, 한 번에 한 가지씩, 작은 것부터, 지금부터, 나부터 실천하는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여강고4-H회원상을 기대하면서….
 〈경기 여주 여강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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