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댐과 대청호와 금강 ②
박태순 / 소설가
1966년에 수립된 4대강유역 종합개발계획은 댐 건설을 중심으로 하여 수자원 개발사업을 전개시켜 나갔다. 준공 순으로 따져보면 소양강댐(1973), 팔당댐(1973), 안동댐(1976), 장성댐(1976), 대청댐(1980), 충주댐(1985)이 순차적으로 건설되었고 크기로 따지면 소양강댐, 충주댐, 대청댐, 안동댐의 순서이다.
대청댐의 높이는 72m이고, 길이는 495m이다. 금강 흐름을 이처럼 막아내어 인공호수인 대청호가 조성되는데 호수길이는 80km, 저수면적은 72.8㎢, 저수용량은 14억9000만 톤이다. 이런 통계를 쉽게 풀자면 대청호는 200리에 걸친 호수이고 그 면적은 여의도(8.48㎢) 넓이의 85배쯤 된다. 서울 전체의 면적이 여의도의 70배쯤 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대청호는 서울특별시보다도 큰 거대 인공호수라는 것을 짐작해볼 수 있다. 속리산(1058m)은 높기도 하려니와 널찍하기도 하고 길쭉하기도 한 산악을 이루고 있는데 떡 버티어 금강 물줄기를 에돌아 나가도록 하고, 여기에 대청댐마저 물 흐름을 막아내니 백두대간 고원지대에 거대 하늘 호수 같은 인공저수지가 조영된 것이다.
수자원 개발로만 따지면 대청호는 엄청난 용수(用水)의 보물창고일 수가 있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용수임은 물론 농업용수, 공업용수로 충북, 충남, 전북의 들판과 공단의 젖줄이 된다. 특히 수돗물을 대주어야 하는 도시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대전, 청주, 공주, 부여는 물론이려니와 저 위로는 천안에서 장항, 논산의 충남권역과 익산, 군산, 전주의 전북권역에 이르기까지 그 많은 도시민들의 생활용수가 대청호에서 펴져나가는 상수도 파이프라인에 의존되어 있다(2001년 10월에 완공된 용당댐으로 짐을 약간 덜기는 했다).
수자원을 위한 대청호 건설로 무엇을 희생해야 했고 어떤 대가를 치른 것인가 하는 점도 살펴보아야 한다. 우선 엄청난 크기의 인공호수 조성으로 여의도의 85배 면적이나 되는 국토가 수몰되고 이에 따라 청원군 문의면을 비롯한 마을들이 사라지고 대량의 수몰민들이 발생되었다. 댐의 상류지역이 되는 청원, 보은, 옥천, 영동 일대는 상수원보호구역이 되어 주민들의 생업에 원활하지 못한 점이 있게 된다. 댐의 하류지역은 대전, 청주, 공주 및 행정복합도시의 거대 밀집 도시 공간 지역을 이루어 대청호의 수질오염과 환경오염의 직접 피해를 받을 수 있다. 워낙 유속이 느린 데에서 오는 수질악화와 외래어종들의 생태교란으로 대청호의 환경 보존 대책은 중대 국면을 맞고 있다.
자연생태환경의 지리적 여건을 최대한 살리면서 인공호수 대청호가 조성되었던 것인지 질문을 해보게 된다. 나의 현장답사와 조사로서는 오늘의 대청호는 두 가지 어려운 상황 속에 놓여 있다. 이 댐이 건설될 당시에는 환경영향 평가와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오늘의 대청호는 개발만능주의 시대의 태생적 한계로 인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생태 환경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는 더욱 까다로워질 것인데 대청호는 너무 많은 자식들을 키우느라 고생을 엮고 지고 있는 어머니처럼 시달리고 헐떡거리는 형편이다.
국토의 치산치수를 제대로 이루기 위한 고민과 고뇌가 더욱 요청되건만 지방정부들은 민생 타령을 내세워 계속 ‘개발만능주의’에만 매몰되어 있고, 중앙정부는 22조원을 퍼부어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나서고 있다. 이것이 혹시 대운하 건설을 위한 사전 사업이 아닌지 의혹을 받기도 하는데 안타깝다. 국토문화에 관심을 갖는 문인으로서는 만약에 ‘4대강 죽이기’의 사업이라면 단호히 반대투쟁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일이어서 지대한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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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몰지역 문의마을에서 바라본 대청호. 집들은 비어 있는 채로 다만 전시용일 따름이다. 지속 불가능한 개발 아니라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환경경제학'은 오늘의 대청호에 절실히 요청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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