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01 격주간 제703호>
<시네마&비디오> 검은 물밑에서

공포에서 눈물로 감정의 반전

일반적으로 공포영화는 여름 시즌을 겨냥해 특이한 소재에 무게를 두고 만들어지기 때문에 완성도가 떨어지기 쉽다. 하지만 ‘검은 물밑에서’는 이혼과 함께 양육권 문제에 빠져 있는 ‘엄마’의 불안감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엄마 ‘마츠바라 요시미’는 이혼과 함께 5살 된 딸 ‘이쿠코’의 양육권을 얻기 위해 법정 소송 중이다. 가난한 두 모녀는 새집을 구하기 위해 허름한 콘크리트 아파트에 세를 든다. 그런데 자꾸 집안에 물이 스며들면서 ‘이쿠코’의 옆에 누군가 나타난다. 이혼한 남편에게 딸을 빼앗길지 모르는 불안감에 ‘요시미’는 ‘이쿠코’에 대한 집착이 점점 심해진다. 마치 누군가 나타나서 딸 ‘이쿠코’를 빼앗아 갈 것 같은 공포 속에 살고 있는 ‘요시미’. ‘이쿠코’는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요시미’의 공포는 극에 달한다. 그런데 어느 날 ‘이쿠코’가 다니던 유치원에서 2년 전에 유아 실종사건이 있었던 것을 알게 된다. 아이의 어머니가 도망가고 혼자 남은 아이가 실종됐던 것이다.
집에만 오면 자꾸 어딘가로 사라지는 ‘이쿠코’를 찾던 ‘요시미’는 아파트 옥상에 있는 물탱크에서 그 아이가 실족하여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아이가 ‘이쿠코’와 놀기 위해서 나타난다고 느낀 ‘요시미’는 마음이 급해진다.
귀신의 공격으로 집안에 쓰러져있는 ‘이쿠코’를 구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오려고 하는데 문을 열고 ‘엄마’를 부르면서 나타나는 아이가 보인다. 바로 ‘이쿠코’다. 자신의 품에 있는 아이는 딸이 아니라 실종되었던 아이의 혼령이었던 것이다. 물탱크에 빠져서 죽은 아이는 친구를 원했던 것이 아니라 엄마를 원했던 것이다. 결국 실종된 아이의 혼령을 달래고 딸 아이 ‘이쿠코’를 살리기 위해 ‘요시미’는 혼령과 함께 사라진다.
‘검은 물밑에서’의 가장 큰 매력은 공포를 한순간에 눈물로 바꿔버린다는 것이다. ‘이쿠코’를 빼앗아 갈 것 같았던 귀신이 원했던 것이 바로 ‘엄마’였던 것을 알게 되는 순간 공포는 슬픔으로 변한다. 그리고 ‘이쿠코’가 엄마를 찾아서 계단을 뛰어올라가는 장면은 엄마를 차지하려는 귀신과 ‘이쿠코’의 감정이 하나로 일치되면서 슬픔을 배가시킨다. 무서운 공포 영화는 흔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공포영화는 흔하지 않다. ‘검은 물밑에서’는 이야기를 비틀어서 반전을 만드는 흔한 공포영화가 아니라 두려움을 한순간에 눈물로 바꿔버리는 특별한 공포영화이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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