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15 격주간 제702호>
<4-H교사이야기> 학교4-H회와 함께 한 시간과 나의 꿈

<이종우>

4-H회와 인연을 맺은 것은 교직생활 2년 차에 4-H업무를 맡으면서였다. 도시에서 성장한 나에게 4-H는 그 이름부터가 생소했다. 까마득한 초등학생 시절 보이스카우트 단원으로 활동을 하면서 야영과 그 밖의 단체 활동을 한 것 말고는 따로 청소년 단체 활동을 해본 적이 없었다. 때문에 활동 초기에는 어려움의 연속이었으나, 당시 면내에 농촌지도소가 있어 그곳의 지도사와 농대를 나와 농업을 가르치시던 동료 교사에게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해 회원들과 함께 4-H동산을 만들고, 4-H표지석을 세우고, 또 야생화를 심어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며 가꾸었던 것이 어느덧 20년이 지나 또 하나의 까마득한 추억이 되고 있다.
겨울에는 보리밭을 밟고, 4월이면 학교와 하천 둑에 나무를 심으며, 5월이면 마을마다 다니며 경로위안 잔치에 풍물공연을 하고, 또 호국·보훈의 달 6월이면 충혼탑 주변 청소와 현충일 추념식에도 참석했다. 늦여름에 태풍이 불면 벼를 세우고, 가을이면 대민봉사로 벼 베기도 하며, 그렇게 4-H활동을 했다. 제1회 4-H대상에서 중학교로는 처음으로 본상을 수상한 것은 학교와 회원 그리고 전교생 모두의 큰 기쁨이었다.
공립학교로 전근하고도 자진해서 업무에도 없는 4-H회를 맡아 학교4-H회를 조직하고 있는 이유는 나 자신의 막연한 향수에서만은 아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4-H활동보다 더 나은 인성교육 프로그램이 없음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생명존중과 아름다운 마음으로 꽃을 가꾸며, 봉사활동을 통해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사랑하고, 협동심과 단결심을 바탕으로 한 우리의 전통 민속놀이 풍물을 배운다. 도예체험을 통하여 전통문화의 소중함을 배우고, 야영과 문화체험을 통하여 극기와 도전정신을 배우는 4-H활동이야말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중요한 단체 활동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근무하고 있는 학교는 전교생 97명으로 5학급인 자그마한 중학교다. 3년 전 부임하며 없어졌던 4-H회를 새롭게 조직했다. 모든 회원들에게 가입원서를 받을 때에 영농4-H회원 출신인 학부형님은 감사하게 생각해 주신 분도 계셨던 반면 몇몇 학부모님들은 4-H회가 어떤 청소년단체인지 물어보시는 분들도 계셨다. 하지만 회원들의 활동모습을 보시고 이제는 모든 학부모님들이 학교4-H회에 대해 이해와 관심을 가지고 함께하려고 하시니, 학교와 지역사회, 학부모가 어우러지는 이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의 꿈은 모든 4-H지도교사들이 지금처럼 한결같은 마음을 갖고, 우리 아이들이 우리의 농업과 농촌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이 시대의 진정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여 전 세계인들과의 경쟁에서 당당히 앞설 수 있도록 조언하여 주는 것이다. 그리하여 회원들이 ‘지·덕·노·체’의 4-H이념과 ‘좋은 것을 더욱 좋게, 실천으로 배우자’라는 금언을 더욱 더 잘 실천하여 이 사회를 밝고 희망차게 만들기를 간절히 바란다.
 〈경남 거제 하청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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