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승 환 지도자 〈경기 안성시 보개면 동신리〉
나는 금년 88세의 한 4-H인으로서 지금부터 반세기 전 4-H활동 당시를 추억하면서 이 글을 쓴다.
내가 4-H운동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이웃집에서 그 유명한 심훈 선생의 불후의 명작 ‘상록수’를 빌려다 읽고서부터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책 내용에 대하여 크게 심취하였고, 매우 큰 감동을 받았다. 그리하여 이 책의 주인공 박동혁이 된 기분으로 4-H활동을 할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책의 여주인공 채영신 양이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인물을 구하기는 그 당시로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잠자리에 누워 여주인공을 찾기에 골몰하던 중 고등학교를 졸업한 한 처녀를 발견하였으나 본인이 4-H운동의 취지를 이해하고 채영신이 되어준다 하여도 그의 부모들이 이를 허락할지 의문이었다. 다음날 이 처녀를 만나 4-H운동의 취지를 설명하고 여자자원지도자가 되어줄 것을 호소하였던바 쾌히 승낙은 받았으나 부모님이 반대하시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곧 바로 그녀의 부모를 만나서 설득하고 이해시켰더니 허락을 받게 됐다. 그 순간 나의 가슴은 조금 설랬다. 그녀(김근순)의 부모가 쉽게 허락을 한 것은 그래도 내가 마을 어른들께 평소 모범적인 청년이라는 평을 듣게 된 것이 주효했다고도 생각된다.
계획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남녀회원 20여명을 규합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 이 당시는 농촌지도소가 없었고, 안성군산업과에서 4-H업무를 담당하여 산업과와 의논하여 동문4-H구락부를 조직하게 됐다. 당시 박태근 군수님이 임석하여 면내 기관장과 마을 어른들을 모시고 성대히 행사를 치렀다. 회의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나는 흥분된 기분과 앞으로의 활동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해야할지 걱정도 되어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이 글을 쓰면서 50여년 전 일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내 비록 나이가 많아 지금은 아무 일도 할 수 없지만 4-H정신만은 지금도 또렷하게 머릿속에 살아 움직인다. 나는 10년 전부터 태극기와 함께 네잎클로버기를 매일 집 앞 마당에 게양하고 있다.
오늘의 4-H운동은 초창기와는 그 양상이 달라졌지만 4-H후배들은 4-H회원이 된 것을 큰 자랑, 큰 영광으로 알고 4-H운동의 활성화에 가일층 분발하여줄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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