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이면을 돌아보며
문제가 없다면 답도 없고 문제를 풀어 가면서 느끼는 행복도 없다. 문제 풀이의 행복감은 문제에 대한 애정과 비례한다. 사랑스러운 말썽꾸러기가 존재하면서 우리가 풀어야할 문제를 끊임없이 내준다면 우리의 삶은 더욱 행복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말리와 나’는 바로 그런 말썽꾸러기에 대한 이야기다.
일과 가정 모두 완벽함을 추구하는 제니(제니퍼 애니스톤)와 그녀와 정반대의 꿈을 좇으며 자유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존(오웬 윌슨)이 결혼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제니는 자신의 꿈이었던 따뜻한 플로리다의 달콤한 신혼생활을 시작한다. 존은 제니를 위해 사랑스러운 강아지 ‘말리’를 선물한다. 그런데 말썽꾸러기 ‘말리’로 인해서 두 사람의 사랑은 전혀 예상치 않은 상황으로 흘러간다. 하지만 ‘말리’의 말썽을 해결해가면서 그들은 행복을 느낀다. 그리고 가족이 늘어가고 그만큼 행복감의 부피도 커져만 간다.
세월이 흘러 ‘말리’가 병들어 떠나야할 시점이 다가온다. 존과 제니, 그리고 아이들은 이제 ‘말리’를 떠나보내야만 하는 순간을 맞이한 것이다. 그들은 눈물로 슬픔을 이야기하기보다는 ‘말리’가 다른 행복한 세상 속으로 가길 빌어준다.
‘말리와 나’는 베스트셀러 논픽션을 원작으로 한 영화이다. 원작은 주인공 그로건 부부가 ‘말리’라는 이름의 말썽꾸러기 강아지를 19년 동안 키운 내용이다. 영화는 사실을 그대로 옮긴 것이기 때문에 섬세하고 더 감동적이다. 삶에 있어서 사람과 개의 행복한 경험들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하지만 이 영화도 결국 사랑하는 이가 떠나는 눈물 뽑는 신파 멜로의 이야기구조로 만들어졌다. 바로 신파 멜로의 주인공이 말썽꾸러기 개 ‘말리’일 뿐이다. 사람이든 개든 주인공은 착한 사람보다는 매력적인 말썽꾸러기가 더 슬프다는 보편적인 멜로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동물을 등장시킨 영화인 듯 보이지만 내면을 보면 결국은 가족이야기다. 한 사람이 가족의 구성원이 되고 구성원이 늘어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아이를 낳는 일은 그 행복감만큼이나 많은 고통을 수반하게 한다. 가족의 구성원이란 항상 서로를 힘들게도 하지만 그 대가인 듯 기쁨을 준다. 말썽꾸러기 자식이 없었다면 부모가 행복감을 느끼는 일이 가능했을까? 가족이란 좋든 싫든 그 존재만으로도 서로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
‘말리와 나’는 단순히 개와 가족의 사랑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가족 구성원의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잔잔하고 감동적인 영화이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