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15 격주간 제702호>
<4-H인의 필독서> 엄마를 부탁해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살아왔던 엄마의 존재

엄마는 자식에게 ‘안 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자식이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려고 애썼다.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자식 걱정으로 노심초사하는 엄마가 있다는 게 감사하지만, 한편 속이 상하고 이내 가슴이 먹먹해진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사람, 만만한 사람, 온갖 짜증을 다 받아주는 사람, 그 엄마를 소중하게 아끼며 가슴에 품게 하는 책이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이다.
소설은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라는, 현실이었다면 하늘이 무너질 듯 막막했을 한 줄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바쁜 자식들을 고생시키지 않으려고 아버지와 당신의 생일을 쇠러 서울에 올라온 어느 토요일 오후, 지하철역에서 엄마가 아버지를 놓치고 말았다.
잃어버린 엄마를 찾기 위해 가족들은 전단지를 만들고 신문광고를 낸다. 하지만 어디서도 엄마를 찾을 수 없다. 엄마, 그리고 아내를 찾기 위해 자식들과 남편은 자신의 기억을 하나씩 되짚어 나간다. 지난날의 흔적을 더듬어가면서 가족들은 엄마, 그리고 아내에 대해 알고 있는 게 거의 없었다는 것과 엄마의 삶을 철저히 무시해 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작가인 딸이 쓴 책조차 읽지 못하는 문맹인 엄마. 오남매를 낳고 오직 그 자식들만 바라보며 살아온 엄마의 숨겨진 사랑이야기는 애잔함으로 다가온다.
“당신은 급물살 때마다 뗏목을 가져와 내가 그 물을 무사히 건너게 해주는 이였재. 나는 당신이 있어 좋았소. 행복할 때보다 불안할 때 당신을 찾아갈 수 있어서 나는 내 인생을 건너올 수 있었다는 그 말을 하려고 왔소.”
희생으로 점철된 엄마의 아픈 삶에 한 조각 사랑이 있었다는 것이 오히려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엄마를 잃어버리고 9개월째, 가족들은 자신의 일상을 꾸려간다. 한 달 일정으로 이탈리아에 온 큰 딸은 ‘엄마라고 그렇게 살고 싶었겠냐’며 눈물로 쓴 여동생의 편지를 읽는다.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채로 오로지 희생만 해야 했다니 그런 부당한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어. (……) 엄마를 이해하며 엄마의 얘기를 들으며 세월의 갈피 어딘가에 파묻혀버렸을 엄마의 꿈을 위로하며 엄마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내게 올까? 하루가 아니라 단 몇 시간만이라도 그런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엄마에게 말할 테야. 엄마가 한 모든 일들을, 그걸 해낼 수 있었던 엄마를,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엄마의 일생을 사랑한다고. 존경한다고.”
이야기는 큰 딸이 로마에서 숨을 거둔 아들을 안고 있는 성모상을 보고 성당 입구까지 걸어 나와, 그 여인상 앞에서 차마 못한 말 “엄마를, 엄마를 부탁해-”라고 속삭이는 것으로 끝난다.
자식의 상처와 슬픔까지도 끌어안으려 하는 엄마. 그 엄마를 곁에 두고도 엄마를 잃어버리는 우리에게 작가는 말한다. ‘엄마를 부탁해’라고. 소설 속 엄마 모습 위로 내 엄마의 실루엣이 얹히는 바람에 못된 딸인 나를 향한 질책과 엄마를 향한 미안함으로 책을 읽는 내내 슬픔이 범람했다.
〈정진아 /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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