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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종 남 담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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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난 양양군 손양면 학포리는 전형적인 농촌이지만 돌이 지나기도 전에 아버지를 따라 속초로 이사를 가게 되어 결혼하기까지는 계속 속초에서 자랐다. 속초는 반농반어가 공존하는 도시로 농촌의 중간형태를 간직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렸을 적 내가 살던 속초에도 농촌 마을 입구에 클로버모형의 지·덕·노·체 또는 4-H라는 글자가 새겨진 표지석들을 보았던 기억들이 어렴풋하게 남아 있다. 그때는 그 글씨들의 뜻도 몰랐고 그냥 그렇게 지나쳤다.
그리고 몇 십 년 후 양양군농업기술센터로 발령을 받은 지 어느덧 4년이 지났고, 4-H업무를 보게 된 것도 2년여가 되어가고 있다. 처음 4-H업무를 대면했을 때의 업무의 생소함과 막막함이 떠오른다. 4-H회 구성원들이 어떤 사람들로 이뤄졌는지, 무엇을 하는 단체인지도 모른 채 담당하게 되었고, 무심하게 지나쳐 버렸던 그 4-H표지석들이 비로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 대하는 업무 처리와 추진방법을 익히고 4-H라는 단어 속에 숨겨진 고귀하고 놀라운 뜻을 마음속에 되새겨 보고 그 진정한 의미를 미쳐 헤아릴 여유를 가지는 것은 쉽지 않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교육행사나 회의진행을 하면서 그 때마다 4-H기본정신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마음속에 자리잡게 되었다. 4-H이념이야말로 시대에 구애받지 않고 전인적인 인격체로 인류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민주시민으로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가장 숭고한 이념의 결정체라고 말이다. 사회변화에 따라 형식이나 방법들도 상황에 맞게 바뀌어야 하겠지만, 그러한 변화 속에서도 항상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변하지 않고 적용될 수 있는 것은 4-H기본이념이 아닐까 한다.
사회공동체 속에서 지·덕·노·체에 담겨진 이념대로만 실천하고 생활한다면 누구든지 훌륭한 인격체로 성장하여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급격한 사회변화와 어려워지는 농촌 현실 속에서 우리 양양군도 예외는 아니어서 영농4-H회원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점차 학교4-H회의 운영도 일선학교의 지도교사들에게 애로사항이 따르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지역의 건전한 놀이문화정착과 전통문화계승에 큰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청성4-H풍물패는 그 동안 지역문화축제에 공연봉사를 하고 있고, 다수의 풍물겨루기대회 등에서도 입상 경력을 자랑하여 그야말로 4-H기본정신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작고 미미하다고 여겨지는 이런 곳에 희망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 불을 꺼트리지만 않는다면 다시 타오르는 희망의 빛이 되리라 확신한다.
좋은 것을 더욱 좋게 실천으로 배우고자 하는 나의 마음과 행동들이 내 두 아들에게 그대로 전해져 사회에 공헌하는 꼭 필요한 사람으로 성장 할 수 있기를 바라며, 나 또한 그렇게 되도록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올해 강원도4-H지도교사협의회 부회장을 맡은 양양여고의 김영미 지도교사와 양양고의 김봉환 지도교사를 비롯하여 학교4-H회 운영을 위해 애쓰시는 양양군4-H지도교사들께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특히 양양군4-H회 운영발전에 남다른 열의와 애정을 가지고 계시는 김남호 회장과 임원진 그리고 회원들께도 고마움을 전한다.
〈강원도 양양군농업기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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