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15 격주간 제700호>
<4-H인의 필독서> ‘나의 나무’ 아래서

크고 따뜻한 아버지의 손 같은 책

어린 시절,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면 크고 따뜻한 손이 먼저 생각난다. 그 큰 손을 잡고 있으면 어디서도 겁나지 않았다. 지금 아버지는 늙으셨지만 손은 아직도 따뜻하다. 오에 겐자부로 산문집 ‘‘나의 나무’ 아래서’는 그 아버지의 손 같은 책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오에 겐자부로는 일본의 양심이라고 평가될 만큼 행동하고 실천하는 지식인으로 알려져 있다. 1957년 ‘뛰어난 신인’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문단에 나왔고 이듬해 아쿠타카와상을 수상하는 등 주목을 받았다.
그의 삶과 문학의 전환기는 지적 장애를 가진 아들 히카루가 태어나면서부터다. 히카루는 다섯 살이 되어서도 말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음의 높이나 음색에 민감했다고 한다. 특수학교에서 친구와 함께 음악방송을 들으며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히카루는 아버지인 겐자부로와 어머니 유카리의 도움 속에서 작곡까지 하는 젊은이로 성장하게 된다.
오에 겐자부로가 추억하는 어린 시절의 아버지는 가까이 다가가기 힘든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정말 궁금했기 때문에 어느 날, 아버지에게 용기를 내서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나무는 어째서 곧장 위로 자라지요?” 그 때 아버지는 잠자코 계셨지만, 내심 재미있어 하셨다고 어머니는 아버지 돌아가신 후에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 얘기를 듣고 나서 아버지와의 기억을 되짚어보니 즐거운 시간을 보낸 나날이나 소중한 것을 배웠던 때가 많았다고 책 속에서 밝히고 있다.
그가 어린 시절 할머니에게 들은 이야기 중에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은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나의 나무’로 정한 나무가 숲의 높은 곳에 있다는 거였다. 그가 ‘나의 나무’는 어디 있느냐고 묻자 할머니는 죽을 때 ‘똑바로 혼의 눈을 뜨고 있으면 알게 되겠지’라고 대답을 한다. 할머니의 교훈은 숲 속에 들어가 우연히 ‘나의 나무’ 아래 서 있으면 나이를 먹은 자신을 만날 수 있는데, 그럴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니까 ‘나의 나무’에는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 편이 낫다는 것이었다. 그는 숲에 혼자 들어가 근사하게 보이는 나무 아래 서 있곤 했었는데, 나이 먹은 내가 찾아오면 “어떻게 살아왔습니까?”라고 묻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간이 흐른 지금 나이를 먹은 내가 고향 숲으로 돌아가서 아이인 채로 있는 나를 만난다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그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이 책, 맨 마지막 장에 남겨 두었다.
“너는 어른이 되어도 지금 네 속에 있는 것을 계속 지니게 될 거야! 공부도 하고 경험도 쌓아서 그것을 키워 나가기만 하면 돼. 지금의 너는 어른인 너에게 계속되어 있어. 그건 네 등 뒤의 과거의 사람들과 어른이 된 네 앞의 미래의 사람들을 잇는 것이기도 해. 너는 아일랜드의 시인 예이츠의 말을 빌린다면, ‘자립한 사람 (upstanding man)’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이 나무처럼 그리고 지금의 너처럼, 곧게 서서 살아가길 바란다! 행운을 빈다. 안녕, 언젠가 다시 어딘가에서 만날 거야!”
〈정진아 /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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