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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01 격주간 제699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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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H교사이야기> 내 마음의 고향 ‘4-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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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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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H는 고향을 떠오르게 한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60년대 말부터 70년대 초는 새마을운동이 시작되던 시기였는데, 어린 시절 고향 마을에서도 4-H회가 활동한 것으로 기억된다. 동네 어귀에 청년들이 시멘트로 만들어 놓은 초록색 네잎클로버와 4-H회 표석이 기억의 한 자락을 차지하고 있다.
나의 고향은 버스가 다니지 않는 것은 물론이요,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조그마한 시골동네였다. 그러나 나름대로 마을의 명품으로 내세울 만한 것들이 몇 가지 있었는데, 그 중 가장 으뜸인 것은 ‘동네 샘물’이었다. 가뭄이 들어 다른 동네 샘물이 다 말라도 우리 동네 샘물은 철철 흘러넘쳤고 물맛은 지금 광릉 숲 자락에 있는 우리학교 약숫물 맛보다 더 좋았다. 또 하나 빼 놓을 수 없는 명품은 바로 ‘모시’이다. 우리 마을은 그 유명한 한산모시와 한산소곡주의 고장으로 집집마다 모시를 심었다. 모시가 자라 때가 되면 모시를 쪄서 껍질을 벗겨 삶아낸 것을 입으로 가늘게 갈라 무릎에 비벼 모시를 삼고, 나르고, 짜서 모시옷을 만드시던 할머니 모습은 작지만 따뜻했던 내 고향의 향수처럼 남아있다. 학교에서 4-H지도교사를 맡을 결심을 하게 된 것도 아마 어렸을 때의 추억이 나의 머릿속에 크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내가 근무하는 학교가 위치한 지역의 명품은 광릉 숲이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광릉 숲을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가까이서 늘 보고 자라서 일까? 안타까운 마음에 이 동네 아이들에게 숲의 의미와 중요성을 알게 하고 나중에 어른이 되어 고향에 대한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은 소망으로 현재 학교 숲 4-H회를 지도하고 있다.
학교 숲4-H회는 학교 숲 가꾸기를 단체 과제로 정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개인 과제는 애완동물 기르기와 농작물 및 꽃 기르기 등 다양한 과제를 자유롭게 선택해 각자 좋아하는 과제를 이수하도록 지도한다.
올해는 4-H회원들과 교사들이 어울려 함께 가꾸는 나눔의 텃밭이 인기가 많아서 경쟁이 치열하다. 외지인의 눈으로 보면 농촌에 있는 중소도시로 보이겠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도시 아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해 흙을 밟고 만질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흙을 만지며 생명을 기르는 활동을 통해 농심을 함양하고 인성을 가꾸어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지도하는 것은 정말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이다.
내가 4-H회를 통하여 고향의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듯이, 4-H회가 우리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멋진 삶을 살아가게 하는 고향바이러스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학교의 학교 숲 슬로건은 ‘어울림의 숲’이다. 우리 학교 학생 모두가 개인의 특성과 개성을 잘 가꾸고 조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학교 숲 4-H회 이외에도 여러 가지의 4-H회가 있는데, 나는 4-H회원들뿐만이 아니라 모든 학생이 지·덕·노·체 4육(育) 교육을 통해 훌륭한 민주시민을 육성하는 4-H이념에 따라 이웃과 어울려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4-H인으로 성장하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경기 남양주시 광동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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