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로 옛길, 문경 새재 ⑴
박태순 / 소설가
영남대로는 조선시대 9대로 중의 하나인데 영남지역에서 서울로 내왕하기 위해 뚫어놓은 관리들과 선비들의 행차 길이었다. 평탄하게 평지를 밟아나가는 길이면 좋겠는데 산이 막혀 못 넘게 하고 물이 막아 못 건네게 한다.
영남대로는 고갯마루 남쪽이 되는 영남에서 북상하는 대로로 당연히 험산준령에 부딪히게 되는데 바로 백두대간이다. 어떻게든 이 산마루를 넘기 위한 고갯길을 내지 않을 수 없다.
영남대로는 실은 세 개다. 죽령을 넘는 영남 좌로, 문경 새재를 넘는 영남 중로, 그리고 추풍령을 넘게 하는 영남 우로가 있다. 가장 먼저 생겨난 길은 계립령으로 서기 156년에 뚫었고, 이어서 158년에는 죽령에 길을 내었다. 계립령은 고려시대에는 대원령이라 불렸다가 조선 태종 시대에 문경 새재라는 새로운 길이 건설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그 명칭도 하늘재로 바뀐다. 한(恨)을 품어 넘는 하늘재 대신에 문경 새재가 영남대로를 대표하는 길이 되었다.
하지만 전통시대의 9대로는 근대문명과 부딪히면서 맥을 못 추게 된다. 곧 콘크리트로 새롭게 닦아놓는 신작로(新作路)와 쇠로 길을 내는 쇳길의 철도(鐵道)를 당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영남대로, 삼남대로, 서관대로, 북관대로를 비롯한 9대로 대신에 1번국도, 3번국도, 5번국도와 같은 홀수 번호의 국토 종단 신작로들이 등장된다. 1970년부터 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시작하고 2004년부터는 고속철도(KTX) 시대가 열리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초고속 지향 시대에 느림뱅이 보행길들이 모두 사라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이웨이만 아니라 그린웨이(green-way)의 요청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저속의 자전거 여행, 도보여행이 더욱 절실해 지기도 한다.
경관이 좋은 바다를 찾는 것을 ‘블루 투어리즘’이라 하고, 백설 쌓인 높은 산을 오르는 것을 ‘화이트 투어리즘’이라 한다. 딱딱해져버린 도시 직장인의 심신을 풀게 하는 것이 ‘소프트 투어리즘’이고, 녹색농촌 체험을 마련해주는 것을 ‘루어럴(rural) 투어리즘’이라 한다.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길을 ‘녹색길’이라 하고, 망망대해의 창창함을 맛보게 하는 해변길을 ‘청색길’이라 한다.
투어리즘의 유형과 종류가 어찌하여 이처럼 다양하게 되고 있는 것일까. 대도시 직장인들의 생활환경이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각박하게 되는 까닭이겠다.
환언하여 대도시의 ‘녹색·청색환경 결핍 현상’을 충원토록 이를 서비스해주려는 신상품 유형의 투어리즘 개발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970년대 초에 이변현상이라 할 사건이 하나 있었다. 제1관(주흘관)-제2관(조곡관)-제3관(조령관)을 넘어가야 하는 6km의 문경 새재 옛길의 자동차 도로 개발을 막은 것이었다. 보행자 전용도로로 삼기 위해 콘크리트 포장 대신에 마사토로 다져놓은 흙길도 남겨두었다. 그야말로 녹색길의 영남대로를 살려놓은 것이었다.
나는 지난 4월 하순 내 생애 세 번째로 문경새재 6km를 두 시간 남짓 만에 종주했다. 날씨마저 쾌청하여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많은 이들이 녹색길을 찾고 있었다.
굴곡 많고 험한 인생길이라 하지만 때로는 그 길에도 녹수청산의 행보는 필요할 것이리라. 당신은 물론, 당신의 아이들에게도, 자라나는 청소년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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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새재 제3관문 조령관. 영남대로는 굽이굽이마다 고달프던 눈물 고개에서 벗어나 녹색 생태로 숲길로 변신을 일으켜 각광을 받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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