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01 격주간 제699호>
<시네마&비디오> 코치 카터

위대한 스승의 고집

‘코치 카터’는 리치몬드라는 흑인 고등학교에서 농구를 가르치는 카터(사무엘 잭슨)의 이야기이다. 스승과 제자라는 뻔한 스토리와 흔한 주제, 그 이상의 것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면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끼게 된다.
70년대 리치몬드고교 농구팀의 스타로 이름을 날렸던 켄 카터는 중년이 되어서 스포츠용품점을 경영하고 있다. 역시 농구선수이면서 훌륭한 고등학교를 다니는 아들 데미언의 장래를 걱정하는 평범한 아버지이다. 그런데 어느 날 자신이 이름을 날렸던 리치몬드고교로부터 코치직 제안을 받는다. 망설임 끝에 코치직을 수락한 카터는 농구부 학생들과 계약을 하게 된다. 바로 농구부가 지켜야할 규칙들이 적힌 계약서이다. 그냥 코치의 장난 정도로 생각한 이는 농구부원으로 남았고, 코치의 독선이라고 생각한 이는 나가버린다.
캘리포니아 주에서도 가장 가난한 흑인들과 이민자들이 거주하는 리치몬드의 학생들은 대부분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고 빗나간 인생길을 걸어간다는 것을 알고 있는 카터는 규율을 지키려고 하지 않는 농구부원들은 내보내고, 남은 농구부원들은 경기 시간 내내 뛸 수 있는 체력 훈련과 체계적인 시스템 농구를 배워가면서 리치몬드를 강팀으로 만든다.
한번도 지지 않는 팀이 되면서 캘리포니아에서 화제의 팀으로 떠오르게 된다. 마을과 학교의 모든 사람들의 선망으로 변해가는 리치몬드 농구팀. 하지만 중간고사 기간이 오고 성적을 받아본 카터는 농구장을 패쇄 시킨다. 이유는 바로 평점 2.3을 넘어야하는 계약 조항이 있었던 것. 아이들이 농구를 하는 것을 막고 있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직접 나서게 되고, 결국 카터는 농구부 코치에서 파면될 위기에 처한다. 학업이 없는 농구만으로는 대학을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카터의 신념은 너무나 확고하다. 리치몬드라는 빈민가에서 탈출하기 위해 농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학이 중요하다고 역설하는 카터. 결국 학부모들은 카터를 파면시킨다. 하지만 그동안 카터에게 배웠던 농구부원들은 스스로 모여서 공부를 하기 시작해 결국 목표성적에 도달하고 다시 농구를 한다.
코치 카터의 감동은 승리보다는 바로 스승이 가져야할 뚜렷한 목표의식이다. 카터는 학생들에게 교육과 대학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두고 흔들림이 없다. 언제나 흔들리기 쉬운 자리는 학생보다도 선생님의 자리이다. ‘코치 카터’는 스승의 포기하지 않는 고집이 얼마나 제자들을 훌륭하게 인도할 수 있는 지를 보여준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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