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했던 어린 시절을 되찾아 주는 동화
친구 입에서 “너하고 안 놀아”라는 말이 튀어나오면 아이도 쌜쭉하게 “나도 너하고 안 놀아”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게 토라졌다가도 어느새 어울려 놀기를 반복하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현덕 동화집 ‘너하고 안 놀아’를 읽는다.
이 동화집에는 1938년부터 1940년 사이에 발표된 37편의 짧은 동화가 실려 있다. 우리 민족이 일제 식민지배 아래 있던 암흑기에 씌어졌기에 가난하고 어려운 삶이 그대로 담겨 있지만, 밝고 순수한 아이들의 일상과 놀이를 담고 있기에 읽는 내내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가 머문다.
이 동화집에는 한 마을을 사는 ‘노마’와 ‘영이’, ‘기동이’와 ‘똘똘이’가 등장한다. 기동이를 뺀 노마와 영이, 똘똘이는 가난한 집 아이들이다. 삯바느질을 하는 어머니하고 단 둘이 살지만 씩씩한 노마와 동생을 업고 다니는 영이, 좀 어려서 키가 작은 똘똘이 그리고 집이 부자라고 잘난 척하지만 번번이 무시당하는 기동이까지 아이들은 어울려 노는 게 좋은 친구들이다.
노마는 골목길에서 새끼줄을 이어 둥그런 전차를 만들어서 놀고 있다. 기동이도 새끼 전차에 타고 싶은데, 노마는 좀처럼 태워주지 않는다. 영이가 모래 돈을 내고 타자, 기동이도 모래 돈을 내고 타려고 한다. 하지만 노마는 “너 옥수수 과자 혼자만 먹었지? 넌 안 돼.”한다. 전차에 타지 못한 기동이는 그 뒤를 따라 달린다. 다시 기동이가 기차에 타려 하자 노마는 “너 물딱총 혼자만 가지고 놀았지? 넌 안 돼.”한다. 기동이가 두 팔을 벌리고 전차를 가로 막자 노마는 기동이를 새끼로 말아 밀어버린다. 기동이는 땅바닥에 나둥그러져 어이어이 울음을 터뜨린다. 동화 ‘새끼 전차’는 여기서 끝났지만, 노마는 우는 기동이를 일으켜 세워 옷을 털어주고 전차를 태워 줄 테니 울음을 그치라고 달래주었을 것만 같다.
동화 ‘내가 제일이다’에서는 축대에 기어 올라가서 “내가 제일이다” 소리치는 노마를 보고 부러운 생각이 든 기동이가 축대를 오르고, 키 작은 똘똘이 역시 용기를 내서 축대에 올라 ‘제일’이 된다. 그런데 노마가 펄쩍 축대 아래로 뛰어내리더니 다시 ‘내가 제일’이라고 외친다. 그걸 본 기동이도 똘똘이도 제일이 되기 위해, 용기를 내서 축대 아래로 뛰어 내려온다. 놀이터도 없고 근사한 로봇 장난감은 없지만, 노마와 기동이, 똘똘이는 언제나 즐겁다.
동화 ‘잃어버린 구슬’은 이렇게 시작한다. “노마가 구슬 한 개를 잃어버렸습니다. 파란 유리구슬입니다. 분명 노랑빛 구슬이 둘, 파랑빛 구슬이 하나, 그렇게 세 개를 가졌었는데요. 먼저부터 그런 것처럼 조끼 주머니에는 노랑 구슬만 두 개가 도굴도굴. 노마는 두 개 노랑 구슬보다 없어진 한 개 파랑 구슬이 갑절 좋아졌습니다. 두 개하고 한 개하고 바꾸재도 얼른 바꾸도록 갑절 좋아졌습니다.” 잃어버린 것은 무엇이든 더 간절하고 소중하다.
5월의 오늘, 잃어버린 어린 시절을 되찾고 싶어 하는 당신에게 현덕동화집 ‘너하고 안 놀아’를 선물하고 싶다.〈정진아 /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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