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15 격주간 제698호>
나의 사랑 나의 국토(17)

국토야 놀자, 놀이터 좀 만들어줘라 ⑵
 박태순 / 소설가

꼼짝달싹할 수도 없다. 무엇이 시민들을 꼼짝 못하게 하고 달싹거릴 수 없게 하는가. 차라리 역사만화의 한 장면이 그립다. 벙거지의 군관이 청계천 거지 꼭지딴에게 호통을 친다. “꼼짝 말고 게 섰거라.”
꼭지딴이 꼼짝 말아야 할 이치는 전혀 없다. 그냥 그대로 줄행랑이다. 만화 속 주인공처럼 뺑소니를 치고 싶건만 꽉 막혀 있다. 사방 온 천지가 꼼짝 못하는 것은 자동차 탓인가, 사람 탓인가. 걸어서 가는 것이 차라리 빠르겠는데 자동차를 어디 치울 곳마저도 없지 않은가. 사람은 도시를 만들었는데 도시는 자동차들의 차지가 되고야 만다. 시민들은 어찌해야 하는 것일까. 인도(人道)가 아예 없다시피 하는 차도(車道)의 전용도로가 꽉 막힌 도시 한복판에서 자동차 속의 죄수가 되어 있는 시민들이여.
국토야 뭐하니. 길 좀 넓혀주어라. 이런 물음에 교통 전문가는 고개를 젓는다. 아무리 길을 넓게 많이 닦아보아도 소용없어. 차량을 줄이는 게 상책이지만 과연 그럴 수 있겠나. 도시의 승용차만 아니라 농촌의 승합차와 화물차도 생활필수품처럼 되어 있고 여기에 각종 특수차량들도 꼭 필요한 것들인데 이러한 사회물동량을 어찌 제한하도록 한단 말인가.
농민들의 농업생산 활동에 자동차가 필수적이라는 말에는 동의하지만 농촌은 아직 견딜만하고 문제는 도시교통환경의 열악함, 그것도 대도시의 교통대란을 어찌 이대로 내버려둘 수 있다는 말인가.
사회간접자본(SOC)이라 하고 또는 사회기반시설(인프라)이라 한다. 국토공간을 늘일 수는 없으니 바느질을 하듯 뜨개질을 하듯 더욱 촘촘히 교통망을 짜보아야 하고 국토시간을 확장시킬 수는 없으니 속력을 내고 가속도를 붙여 더 빨리, 더 멀리 달려가도록 해야 한다. 공간의 압축이고 시간의 압력인데 이러한 압박을 국토가 견뎌 내야만 한다. 그리하여 공간의 확장 효과와 시간의 팽창 효율성을 거두어내야 하는데 이러한 고혈압을 국토가 버티어내야 한다. 국토가 받는 압박과 설움은 인간들이 받는 것에 비할 바 아니다. 이미 국토는 파탄이 나기 시작하여 국토의 오장육부가 헐떡거리는 중이다. 대도시의 교통대란은 국토의 심폐기관에 고질병이 자라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검사표시와 같다. 국토야 뭐하니 묻기 전에 인간들아 무슨 짓거리들을 벌여온 것이냐 따져보아야 한다.
전국 인구 중에서 도시인구가 농촌인구를 앞지르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로 들어선 이후의 일이다. 이를 ‘도시화율’이라 하지만 1970년의 50.1%에서 1990년에는 81.9%에 달했다. 하지만 도시화율은 더욱 가파르게 진행되어 2000년에는 88.3%에 이르고 2008년 현재로는 90.5%에 달하고 있으니 한국은 영락없는 도시국가다.
정상적인 산업국가 사회의 도시화율은 70% 내외가 합당하다고 하는데 한국의 도시문제는 이미 심각한 상황에 이르러 온갖 부작용과 폐해가 발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역도시화’ 정책이 펼쳐져 나와야 한다. 대도시의 확장 대신에 U턴 현상, J턴 현상으로 중도시-소도시-농촌이 커져 나가야 한다.
4-H란 무엇이던가. 머리(HEAD)-마음(HEART)-손(HANDS)-건강(HEALTH)을 함께 갖춘 농업생산자, 곧 지(智)·덕(德)·노(勞)·체(體)를 겸비한 농민 운동가를 가리킨다. 곤경에 빠진 국토를 구출해내야만 하는 4-H운동의 절실한 과제를 알려야만 할 때이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린 동네…” 꽃피는 팔도강산을 되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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