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15 격주간 제698호>
<별난 한국사 이야기> 삼국 시대 최고의 스파이, 고구려 도림 스님

“뛰어난 스파이 한 사람은 몇 개 사단 병력과 맞먹는다.” 18세기 세계 정복 전쟁에 나섰던 프랑스의 전쟁 영웅 나폴레옹이 한 말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전쟁에서 이기려면 적을 알아야 하고, 적을 알기 위해서는 적국에 스파이를 보내 정보를 수집해야 했다.
삼국 시대에도 세 나라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치열한 첩보전을 펼쳤다고 한다. 적국에 스파이를 보내 정보를 수집했고, 상대의 전력을 약화시키려고 비밀공작을 벌였다.
세 나라 가운데 가장 활발한 첩보 활동을 한 것은 고구려였다. 고구려는 이미 유리왕이 선비족을 정벌할 때 미리 첩자를 보내 ‘고구려는 땅이 좁고 병력이 약해 다른 나라를 공격하지 못한다’고 소문을 퍼뜨려 선비족 사람들을 안심시킨 뒤 기습 공격을 하여 승리를 거두었다. 그리고 그 뒤에도 고도의 첩보 전술을 이용하여 신라와 백제를 공략했는데, 가장 눈부신 성과를 거둔 것은 장수왕의 백제 정벌 때였다.
장수왕은 백제를 공격하기 전에 미리 백제에 첩자를 보냈다. 장수왕에게 첩자의 임무를 받은 사람은 ‘도림’이라는 스님이었다. 스님이라면 누구에게나 의심을 받지 않고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는데다가, 도림은 애국심이 높고 신중한 사람이어서 첩자로서는 제격이었다.
백제 땅으로 간 도림은 죄를 짓고 쫓기는 신세라고 둘러대며 백제의 개로왕에게 접근했다. 개로왕이 바둑을 좋아한다는 소문을 들었던 도림은 자신도 바둑의 고수였기에 그것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래서 도림은 날마다 개로왕을 찾아가 바둑을 두었다. 결국 도림은 개로왕의 마음을 사로잡고 친한 사이가 되었다.
어느 날, 도림은 바둑을 두다가 개로왕에게 넌지시 말했다.
“저는 고구려 사람입니다만, 대왕의 나라는 사방이 산과 언덕, 강과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하늘이 내린 요새입니다. 어느 나라도 감히 넘보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나라에 당장 필요한 것은 국가의 위엄을 세우는 일입니다. 성곽과 궁전을 다시 짓는다면 대왕의 위상도 높아져, 다른 나라에서도 대왕을 우러러볼 것입니다.”
개로왕은 도림의 조언을 받아들여 성을 새로 쌓고 화려한 궁전을 지었다. 하지만 큰 공사로 국고는 바닥이 났고, 백성들은 왕을 원망했다.
그즈음 도림은 백제를 몰래 빠져 나와 고구려로 돌아가, 자신이 수집한 정보를 장수왕에게 보고했다. 그러자 장수왕은 475년(장수왕 63년) 3만 군사를 거느리고 백제로 쳐들어갔다. 백제의 수도인 한성은 금세 함락되었고, 개로왕은 포로가 되어 목숨을 잃고 말았다.
삼국 시대 최고의 스파이인 도림 스님이 뛰어난 첩보 활동을 펼친 덕에 장수왕은 이처럼 백제 정벌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신현배 / 아동문학가, 시인〉

♠ 김유신은 ‘첩보 작전의 천재’였다면서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수 있었던 것은 김유신이라는 탁월한 장군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유신은 무술이 뛰어나기도 했지만 적국을 공략하는 전술은 아주 빼어났다.
특히 첩보 전술은 당할 자가 없었다.
김유신은 백제를 멸망시키기 전에 백제의 대신인 임자를 첩자로 만들었다. 그래서 백제 조정을 손바닥처럼 들여다보고, 귀중한 정보를 모두 빼냈다.
그뿐만이 아니라 김유신은 적국의 첩보 작전을 간파하고 역공을 펴는 데도 능했다. 하루는 백제군과 싸울 때 김유신이 병사들에게 말했다.
“오늘 백제군의 첩자가 정탐을 하러 올 것이다. 누군지 알아도 내색을 하지 마라.” 그러더니 그는 부하 병사에게 “내일 구원군이 오면 총공격을 할 것이다.”라고 자기 진영을 다니며 떠들어대라고 시켰다. 백제군의 첩자는 당연히 그 병사의 말을 자기편에 알렸다. 그러자 백제 병사들은 겁에 질려 공격을 못하는 것이다.
김유신은 그 틈을 노려 전의를 잃은 백제군을 공격하여 큰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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