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15 격주간 제698호>
<사이버백일장 노력상 수상작> 자연이 가르쳐주는 행복

홍혜주 회원 〈경북 칠곡군 석전중학교4-H회〉

‘오래된 미래-라다르크로부터 배운다’는 서부의 히말라야 고원에 자리 잡고 있는 ‘라다크’에 대한 기행을 담고 있다. 이 책에서는 ‘라다크’를 ‘작은 티베트’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사실 작은 글씨와 얇지만은 않은 두께가 부담이 되어 이리저리 뒤적여 보았을 때 가장 눈에 띄었던 단어도 ‘티베트’였다.
라다크는 티베트 말로 ‘고갯길이 있는 땅’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라다크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 싸여 있다. 라다크에는 영하 40도의 혹한이 불어 닥쳐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깊은 눈과 바람 속에 사라진다. 하지만 제대로 살펴보면 라다크는 그 무엇보다도 아름답다.
라다크를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바로 라다크 사람들이다. 풍부하지 않은 자원과 건조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라다크 사람들은 우리들보다 더 기쁜 마음으로 얼굴에 항상 미소를 드리운 채 살아간다. 라다크 사람들은 우리들에게 “모든 사람들이 우리처럼 행복하지 않단 말입니까?”라고 물었다. 나는 이 말에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과 인생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물질적인 풍요에도 불구하고 빈곤과 정신적 안식의 결핍을 느꼈던 내가 한심하기 짝이 없어 보였다. 라다크 사람들은 가난하다거나 불행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가족이라는 끈끈한 유대감으로 묶여진 공동체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자급자족의 평화롭고 충만한 생의 기쁨을 얻기 때문이다. 소박한 마음의 풍요에서 오는 라다크 사람들의 미소 덕에 바라보는 사람들까지도 웃음을 짓게 만든다.
하지만 푸르른 숲이 펼쳐져 있고 산업화의 손길이 닿지 않은 지역에서는 항상 보존과 개발의 문제들이 공존하기 마련이다. 라다크에서도 보존과 개발의 문제들이 대립하고 있다. 라다크 사람들은 개발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도 아니면서 단순히 옛 사회로의 복귀를 주장하고 있는 것도 아닌, 삶의 개선을 위해서는 창조적인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미 현대인들이 껴안고 있는 복잡한 환경 문제 등을 미루어 볼 때, 이런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선행되어야 먼 미래를 내다보는 진정한 개발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라다크 사람들의 깊은 생태적 지혜는 자본에 의해 무너져가는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이 어디에 있는가를 분명하게 가르쳐 준다.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오히려 우리를 파멸로 몰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우리가 외면하고 무시했던 전통 생활 방식이 얼마나 친환경적인지 깨닫게 되었다.
처음 책 제목을 보았을 때 미래란 훗날을 상징하는데 ‘오래된’이란 수식어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 가면서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라다크가 오래된 전통을 고수하고 있었던 곳이지만 그것이 우리의 미래가 되어야 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이다. 항상 시간에 쫓기고 심지어 잠을 자려는 순간에서도 일거리를 생각하느라 잠을 못 이루는 사람들에게 과연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지 묻고 싶다.
진정한 의미의 풍요는 물질적인 것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내면으로부터 형성되는 정신적인 안락에서 오는 것이다. 황폐한 환경에서는 맑은 정신을 간직하기 힘들다. 이런 면에서 이 책은 자연 친화적인 삶이 인간에게 얼마나 소중한가 하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비가 오는 봄날 잔디에 조그마하게 올라온 아기 제비꽃이 이리 가까이 와서 심호흡 한번 하고 가라고 연보랏빛 입술을 내게 내민다. 그에게 눈길을 주는 순간 내 마음 속에 있던 친구와의 다툼이나 성적에 대한 고민들은 어느 결에 스르르 빠져 나가고 봄날의 자연의 향취에 한껏 취해서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마음 저 밑바닥에서 나오는 행복감. 나도 잔디밭에 핀 들꽃이 되는 순간이다. 자연을 받아들이고 잘 가꾸어 나갈 때 인간도 같이 행복해진다는 것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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