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01 격주간 제697호>
나의 사랑 나의 국토 (16)

국토야 놀자, 놀이터 좀 만들어줘라 ⑴
 박태순 / 소설가

국토는 대단히 바쁘다. 국토는 죽어라 일만 한다. 잠시도 쉬지 못한 채 이 곳 저 곳 가리지 않고 큰 기계 손으로 흙을 파헤친다. 산을 깎아내리고 물을 막는다. 언덕 위의 나무들을 뽑아내어 공장을 짓고 논틀밭틀을 밀어내어 고속도로를 뚫는다. 뽕나무밭은 헐려서 아파트단지가 되고, 문전옥답은 팔려서 기업도시가 되고 혁신도시가 된다.
국토는 죽으나 사나 일만 하고 있는데 힘들지도 않나. 국토야 좀 쉬었다가 하면 안 되나. 국토야 좀 놀다 일하자. 옛날 사람들도 노래하지 않았나. 나비야 청산 가자. 범나비야 너도 가자. 가다가 날 저물면 꽃잎에 쉬어가자.
좀 쉬었다가 하자. 쉬었다가 하려면 쉴 틈도 있어야 하지만 쉴 곳도 마련돼야 한다. 쉼터, 샘터만 아니라 국토야 놀기도 해야 하지 않나. 놀이터가 있어야 하고 놀이마당도 좀 장만해줘라. 마당놀이 좀 해볼 수 있게 우리 동네에 쌈지공원이라도 마련해줘라.
쌈지공원이라 했나? 쌈지가 뭐지? 인터넷 검색 좀 해봐야겠다.
‘담배, 돈, 부시 따위를 싸서 가지고 다니는 작은 주머니. 가죽, 종이, 헝겊 따위로 만든다.’ 으흠 그렇구나. 그런데 핸드폰보다 더 클지 말지 한 그런 쌈지로 어떻게 공원을 만들어? 아니 되겠다. 독수리 타법으로 ‘쌈지공원’ 눌러서 다시 검색 좀 해봐야겠다.
‘인구과밀지역, 저소득층 밀집지역 등 도시환경이 정비되지 못한 곳에 660㎡(200평) 내외의 자투리 공터를 활용하여 주민들의 생활문화공간으로 조성한 소공원.’ 1990년 이어령 문화부장관과 고건 서울시장이 합의하여 ‘아름다운 도시, 밝은 도시 가꾸기 사업’의 일환으로 이런 소공원을 만들기 시작했다. 특히 이어령 장관은 ‘한국인의 문화적 동질성 회복, 국민의 문화 향수권과 참여권 신장, 미래 문명에 적응하는 문화창조’라는 구호를 내걸었고 ‘문화주머니’라는 별칭도 부여했다. 영어로는 포켓 파크(pocket park)라 하는데 1966년 로버트 자이온이라는 사람이 뉴욕 시에 처음으로 이런 공원을 만들었다.
아하, 그렇게 되는구나. 우리 동네에도 그런 쌈지공원 좀 만들어줘라. 어린이놀이터가 있기는 한데 그네며 미끄럼틀 다 망가진 데다 저녁이면 삐딱하게 모자 눌러 쓰고 담배 태우면서 지나가는 어린애들 호주머니 털고, 여자애들 겁을 주는 것들 있는지라 얼씬도 하기 싫은 곳이 되어버렸다. 이왕이면 쌈지보다는 좀 더 큰 핸드백 정도는 되는 공원도 만들어줘라. 이왕이면 소공원 아니라 월드컵 평화공원 같은 대공원도 좀 조성해줘라. 그 평화공원은 44만5000㎡(13만5000평)나 된다고 하지 않나. 파주 임진각 앞에도 평화누리공원 있고 부산 대연동에도 유엔 평화공원 있고, 제주도에도 4·3 평화공원 있더라.
아무렴 공원은 계속 조성되어야 하고말고. 그런데 도대체 ‘공원’이라는 것이 무얼 가리키는 것인가.
공공녹지로서 자연 생태의 지역에 조성한 것을 자연공원이라 하고 도시에 인공적으로 조성한 것을 도시공원이라 한다. 자연공원에는 국립공원과 도립공원이 있는데 1967년 12월에 국립공원법이 제정되어 지리산이 제1호로 지정되었다. 도시공원은 어린이공원, 근린공원, 도시자연공원, 묘지공원, 체육공원으로 분류하는데 국립공원법보다는 뒤늦게 1980년 1월 4일이 되어서야 ‘도시공원법’이 제정된 바 있다. 아하 그렇구나. 도시는 그냥 개발과 건설에만 바빠서 뒤늦게야 공원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네.

서울 상암동의 월드컵 평화공원 분수대. 근대공원은 산업혁명으로 생태환경이 파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영국에서부터 조성되기 시작했는데 특히 도시공원은 열악한 도시환경의 구원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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