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9-01 격주간 제635호>
‘유통·판매’ 최고를 향해 달려가는 당찬 영농인
영농현장 - 박종필 회장(전북 김제시4-H연합회) -
 
“생산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판매와 유통은 아무나 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농사를 지어서 실패하면 1년을 기다려야 하지만, 유통은 한두 달 만에도 승부를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잠도 몇 시간 못자고 집을 나서는 때도 많지만, 유통 분야의 이런 매력 때문에 제가 여기에 푹 빠져 살죠.”
전북 김제시에서 만난 김제시4-H연합회 박종필 회장(28·황산면 홍정리)은 농산물의 생산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판매와 유통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8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박 회장이 유통과 마케팅에 눈을 뜨게 된 계기는 이 분야에서 20년 넘게 일해 온 매형과 누나의 영향이 컸다. 약 3년 전 매형을 따라다니며 어깨 너머로 배우기 시작했는데,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올해부터다. 품목이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주로 양파와 대파, 감자 등을 취급하고 있다.

시장 동향 읽는 안목 필수

언제 어디서 주문이 들어올 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시장의 동향을 잘 읽을 줄 알아야 한다는 박 회장. 그래서 항상 물량을 적정하게 확보하는 일에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농작물은 날씨, 병해충, 수입 관계 등 변수가 많기 때문에 전반적인 시장 흐름을 잘 파악해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에 따라 그때그때 출하되는 시기와 물량을 조절하는 테크닉이 중요하다. 또 하나는 인맥관리다. 서울 가락동 시장, 부산 청과시장 등 전국 단위 공판장을 매일 다니며 평소 경매사들과 친분을 쌓아두면 여러모로 일하기가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유통 판매에 대한 안목도 점차 넓어지고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서서히 욕심도 생기고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생겼다. 한국농업전문학교를 졸업한 박 회장은 영농에 종사하는 한농전 졸업생들의 농산물을 판매해주는 중간다리의 역할을 하고 싶단다. 그래서 체계적인 공부도 시작하게 됐다. 올해 1년 과정으로 전북대학교에서 농업마케팅 분야 전문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중이다.
박 회장이 처음에 가장 힘들어 했던 점은 금전적인 문제였다. 평범한 농민의 아들로 자라 농작물 재배에만 매달리다 보니 일 년 동안 아무리 열심히 땀 흘려도 그 만큼의 대가는커녕 손해 보기도 일쑤였다. 농사일을 그만둘까 수없이 고민하기도 했지만 농사꾼으로서의 피를 거스를 수 없었다는 박 회장. 그래서 고민 끝에 관심을 갖게 된 분야가 마케팅과 유통이다. 하지만 유통 그 자체에 목적을 두고 있지는 않다. 박 회장은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판매와 유통에 쏟고 있지만, 이것은 농업을 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과정일 뿐”이라고 말한다.

4-H로 배려심 갖게 돼

최고의 유통전문가를 꿈꾸는 박종필 회장(강춘재 지도사와 함꼐).

2002년 한국농업전문학교 식량작물과를 졸업하고 바로 4-H와 인연을 맺은 박 회장은 4-H인이 되면서 변화가 생겼다. 자신을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솔직히 말하는 박 회장은 4-H활동을 하면서 다른 사람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내 위주로 모든 일이 돌아가던 것을 버리고, 남을 먼저 배려하고 그들에게 맞추려는 자세를 갖게 됐다고 한다. 회장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회원들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회원들을 위해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자리가 되어선 안 되며 상호 협력하는 동반자적 관계로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제시에서는 한농전 모임이 과별로 잘 되고 있는데, 특히 식량작물과는 분기마다 한 번 정기모임을 갖는다. 교수들과 함께 등반에 오르거나 교수를 초빙해 강의를 듣기도 하고, 토론회를 개최하여 정보를 교환하고 현안들을 함께 고민하기도 한다.
학생4-H회원들을 바라보는 박 회장은 시각은 긍정적이다.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어른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미숙하고 부족해 보일지라도 그 시기에 갖추어야 할 사고력은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단다.
차라리 바보 소리를 듣더라도 ‘양심껏 장사하는 장사꾼’이라는 말이 더 듣고 싶다는 박 회장. 그는 오늘도 유통분야에서 최고를 향해 쉼 없이 달려간다.
최고의 유통전문가를 꿈꾸는 박종필 회장(강춘재 지도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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